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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 헐리다

by 호랑
노가리 그림.jpg


컵을 물었던 입술 끌려 나온다

탁자에 달라붙었던 술 냄새 내동댕이쳐지고

노가리에 씹히던 울분과 욕지거리 나뒹구는데

느닷없이 딸려 나온 취기, 파랗게 질린다


헐려 나와 쌓인 것들 모두 어디로 가나

맑고 투명한 여배우 입술 붙어있던 벽, 뜯긴다

노가리는 이제 무엇을 씹나


견뎌야 할 것은 술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하루라는 경계


토해내지 못한 희망이 내몰린 거리에 갈 곳 몰라

어슬렁거리던 고양이도 취기 쪽으로 슬쩍 한발 들이미는 저녁

문턱 닳도록 끌던 삼선 슬리퍼, 끈적이는 평상 다리나 툭툭 찬다


동네 맥줏집이 헐린다


젖은 어깨 내어주던 술이 쾅, 내려앉는다


‘신장개업’ 현수막이 한 점 별빛으로 어룽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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