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시선 37
어머니 계셨던 집 들여다보니
사탕이며 오렌지 주스 캔 꽃처럼 뒹굴며 짓무르고 있다
검고 긴 속눈썹 사이 눈곱 낀 눈으로 사람들 뚫어져라 응시하던
동물원의 늙은 코끼리가 떠오른다
사자에게 물리고 찢긴 어린 새끼 두고 체념한 듯 돌아서다
천천히 고개 꺾어, 또 오래 돌아보던 어미 코끼리
목덜미에 아프리카 평원의 붉은 석양 비낀다
설명할 수 없는 빛 아득히 퍼지는데
물기 고인 그 마음을 어미 마음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두고 온 마음 내내 밟히도록 그냥 둔다
싱그런 오월, 동물원
늙은 코끼리 고목으로 서 있다
땅에 늘어진 코 가죽으로 굳어 끌리는데, 오래된 발 같다
밭고랑 이마에 잔가지 검불을 이고
쩍쩍, 가뭄 든 논바닥으로 갈라진 눈주름 사이
비가 샐 것 같은 녹슨 등에 버석버석한 이끼 덕지덕지 엉겨 붙은
지붕 한 채,
주저하는 마음 눈치채고
떠날 수 없는 발걸음 헤아리며
다 괜찮아,
오월의 손짓 재촉하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