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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Dec 15. 2020

말문을 트는 아침바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아침바다가 해를 풀어놓는다. 

 해를 품은 바다는 불면의 밤을 씻고 나를 어루만진다.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잠을 청했으나, 바다는 가끔 먼바다에서 파도를 끌고 와 뒤척이는 새벽을 낳는다.


 푸르고 깊어, 멀고 아득해서 닿을 수 없는 곳.

 헤아릴 수 없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있어 시리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곳.


 때로, 성난 얼굴이다가,

 때로, 순한 민낯이다가,

 때로, 가슴 치는 통곡이다가,

 때로, 살고 싶어 보듬어 안는 결기이다가,


 그렇게 바다의 얼굴은 많아, 어느 바다 앞에 서 있든 몸을 떨지 않을 수 없는 바다.


 귤즙을 흘리는 제주의 아침바다가 세상 모든 뒤척임을 쓰다듬으며 노랗게 말문을 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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