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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Jan 04. 2021

등대, 금강 어귀를 밝히다


 연이틀 집밥만 먹은 가족들의 표정과 몸짓이 뭔가 심드렁하다. 내 눈에만 그런가 싶다가, 나 역시 오늘 저녁은 바깥 음식이 좀 먹고 싶다.


 저녁 메뉴는 생선회로 정했다.


 수산물종합센터로 향한다.


 차를 주차하고 후문 쪽으로 향해 가는데, 바람 끝이 차다. 한낮의 햇살은 푸근할 정도였는데, 저녁이 되니 실감 나게 찬 겨울바람이다. 


 수산물센터 건물 옆구리로 흐르는 금강의 물살이 거칠다. 하얗게 부서지는 성난 물결이 붉은빛을 띤 노을을 품고 요동치는데, 우럭 낚시하는 사람 몇이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어두운 물살과 대치하고 있다.


 마치 어둠이라도 건져 올릴 듯한 자세다. 그들의 집중이 놀랍다.


 수산물센터 안으로 들어가 방어회를 떠가지고 오는데, 멀리 장항제련소 굴뚝이 흐릿해진다.


 빨간색의 모습을 거두지 않은 등대는 아직 또렷하게 금강 어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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