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이라서 사랑스러울 수 있어> 첫 번째 이야기
나를 포함한 우리, 그러니까 혼자 원룸에 사는 자취 동료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냉장고와 같은 방에서 자면서 소음에 익숙해지고, 요리를 하면 읽고 쓰는 공간까지 냄새가 침범하는 것은 일상이다. 작은 가구 하나를 들일 때마다 방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야 조금이라도 덜 좁아 보일까 고민하고, 3만 원이 넘지만 참을 수 없이 마음에 드는 사진 액자를 막상 사게 되면 마땅히 놓을 곳이 없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뇌한다. 이 글은 그런 우리를 위한, 자취방을 작고 사랑스러운 우리 집으로 바꿔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자들을 위한 작은 응원이다.
자취방 경험치(?)를 묻는다면 2년 반의 대학 기숙사 생활과 3번의 자취방을 거친 도합 7년 차 자취생활이니 충분히 지난한 과정을 겪어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리 많지 않은 횟수일 수 있겠지만, 매번 자취방을 옮길 때마다 강력한 의지와 고집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조금씩 더 나은 집을 찾아내 계약해왔고,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나 사랑스러운 작은 집으로 꾸미는 법을 조금 알게 됐다. 그래서 어쩌면 이 글이 당신에게 다소 가소로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나를 조금 더 기쁘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을, 혹은 안온한 집에 살고 싶은 동료 자취생들을 위한 작은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는 정도의 목적이라는 걸 알아주신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게 없겠다.
당신의 의심하는 눈동자를 향해 미리 말해두건데 우리 집(나는 자취방이 아니라 무조건 우리 집이라고 부른다. 부끄럼 없이, 조금은 단호하게.)에 초대했던 친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인정한 바로는 우리 집은 꽤나 안정적으로 잘 꾸며진, 이른바 감성 자취방이다. 그러니 허울뿐인 사기꾼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잠시 제쳐두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기꺼이 든다면, 조금 늦었지만 이제는 정말 본론으로 들어갈 이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 주시기를 (공손하게 부탁드립니다, 꼭이요.)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신이 무슨 색들의 조합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막연히 민트 색, 라벤더 색 등 딱 하나만 정하지 말고 컬러 팔레트를 한번 꾸려보라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하늘색, 회색, 베이지색,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흰색을 골랐다. 또한 베이지 색 카테고리에는 나무로 만든 것들도 포함시키는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세 가지에서 최대 다섯 가지 정도로 고르는 게 방 꾸미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일단 내가 조언할 수 있는 범위가 결국 오피스텔/원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5~6평 정도의 작은 공간은 하나의 색으로 채우는 것도 너무 많은 색깔로 채우는 것도 어딘가 어색하거나 혹은 뭐랄까, 시각적으로 왁자지껄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일단 방 꾸미기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가구들이 받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컬러 팔레트에 이어 집에 들일 여러 가구에 주제(표면적인 색뿐만 아니라 메탈, 목재, 유리 등의 소재 또한 포괄하는)를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 서로 어울리는 색깔들과 기본 가구의 소재, 여기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 ‘작은 집을 사랑스럽게 꾸며보는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나처럼 어디에 무엇이랑 놓아도 다 어울린다는 이유로 (주로 목재인) 흰색 가구만을 사서 방의 기본 구조를 꾸렸을 수도 있겠다. 그럴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미리 경험해본 자로서 말해주고 싶은 것, 다시 말해 일러두고 싶은 자그마한 경고가 한 가지 있다.
나는 상기의 이유, 그러니까 일단 하얗고 무엇과도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말 그대로 모든 가구를 하얀색으로 구매했다. 아마 이건 대부분의 자취생이 겪는 루트일 텐데, 그러고 나면 눈이 시리게 하얀 집이 완성된다. 그 새하얀 집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다 배가 고파져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즈음에 문제 하나가 은근하게 시작된다. 앗, 열심히 먹다 보니 하얀 테이블에 양념이 조그맣게 튀었다. 새하얀 표면 위의 그 빨간 점이 당신을 꽤나 신경 쓰이게 한다. 그런 식으로 당신은 이제 늘 옆에 휴지를 항상 두어 닦아 가면서 먹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뿐 아니라 후에 커튼을 사거나 그림을 새로 놓기로 결심할 때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흰색 또는 아이보리 색만, 용기를 내 봐야 베이지 색의 물건들을 사 모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또 한 가지 내가 직접 경험한 웃기면서도 슬픈 경험 하나는, 한 친구가 우리 집에 처음으로 와서 집을 둘러보자마자 이야기해준 첫인상이 "다 새하얘서 눈이 시리다"는 평이어서 작은 충격을 받은 일이다. (H야, 오해 말아 줘. 난 충분히 즐거운 농담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니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화로운 컬러 팔레트를 정하는 일의 중요성이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지키고 싶은 한 가지 색을 중심으로 꾸미는 것은 당연히 심미적인 통일감과 만족을 주지만, 그다음에 차례차례 필요해지는 암막커튼, 독서대, 안락의자, 서랍장 등을 고를 때마다 한 가지 색만을 고집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포기하거나 비싸고 좁은 선택지 안에서 지나치게 고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인테리어의 기본이 강박적 깔맞춤 혹은 강경한 단색 정책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실수를, 여러분은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저 미리 꾸려놓은 컬러 팔레트 안에서 자유롭게 마음에 드는 소품들을 고르며 즐거운 소비를 해나가면 된다. 그러면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집 안에 당신 취향의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고, 그 모든 크고 작은 물건들이 당신이 예상했던 것처럼 썩 멋진 시각적 화음을 만들어내게 될 테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