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정리 하다가 오빠가 준 편지를 읽었다.
처음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읽었던 걸 까먹었는 건지, 읽자마자 눈물이 났다.
오빠가 좋아하는 시라고 하며 나에게 알려주었는데, 그 때에는 좋은지 모르고 읽었다가 이제 와서 좋은지 알겠다. 너무 아름다운 시였다.
어제는 펑펑 울어버렸다. 며칠 간 떠나는다는 생각에 마음을 어느정도 접고 있었다가, 어제 오빠랑 마지막 날을 보낼 생각이 계속 나서 오빠 얼굴만 보아도 계속 눈물이 났다. 감정은 감정일 뿐인데도 그것을 방출하지 않고 웃을 순 없었다. 거짓으로 기쁘거나 웃을 수가 없었다.
슬프게 보내고 싶지 않았던 건 나 또한 그랬지만, 오빠는 나보다 더 무덤덤하고 잔잔했다.
조금 많이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 자꾸 나를 끈다.
모든 것이 무상하여 집착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나를 끌어당기는 이것들을 어찌해야 할까? 나는 슬프고 행복하고 고마워서 울 수밖에 없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쏘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거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즈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테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