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하루

by hari

다시 백수 시작이어서 무얼 또 해야할 지 생각하기도 이전에 그냥 지금껏 있었던 것들을 다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를 준비할 것.


오랜만에 할머니댁을 갔고, 할머니는 여전히 아픈 할아버지때문에 힘들어하고 계셨다. 항상 웃고계셨는데 어느 순간 인상도 변하고 짜증도 많이 내서 사람들이 피할 수준으로 사람이 많이 변했다. 그리고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할머니를 껴안아드렸더니 엄청 울으셨다.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여전히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꽤 긍정적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니카는 할머니 댁에서 나를 조금 경계하는 듯 하다가 지금은 완전히 나에게 사랑꾼이 되어 옆에서 그르렁 거린다.


오랜만에 현지를 만났고 현지는 나를 사랑한다면서 정수리에 뽀뽀를 해주기까지 했다.

동우오빠, 민석오빠, 경민오빠 등등 너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다들 너무 따뜻해서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색하게 앉아 있었고 새로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좀 불편하고 내 집 같진 않아도 오랜만에 본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 기간 동안 내 공간이 거의 없다가 온전히 혼자 집이라는 공간에 누워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깨닫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건 마음의 투영이라는 걸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냥 마음이 바라보는 대로 보는 것이고 외부 환경이 어떻든 평화롭고 행복하면 장땡이라는 것.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녀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과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행복하거나 만족해하지 않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는 건 좋은 것이지만 굳이 그것에 집착할 필요 조차 없단 걸.


그리고 여러 무리 속에서 조용히 있어도 공허하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그것이 내가 모르는 무리이더라도 그런 느낌은 없어서 내가 정말 많이 강해졌구나 대견했다. 동우오빠는 나에게 한 단계 더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고 영문도 모르게 나는 뭐가요? 하고 대답하고야 말았지만 사실 뭔진 모르겠으나 좋은 말 같긴 하다.


잃거나 잡지 못할 것을 바라보지 않고 그냥 지금 가지고 있거나 생명의 흐름과 현재 이 순간 존재함을 느끼면 많은 것들이 충만하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극단적인 잃음과 얻음은 없듯 모든 건 마음의 투영일 뿐이니 비관하거나 너무 한탄하거나 너무 커다란 기분 변화를 가질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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