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쁜 일이 좋은 일인 거야

by hari

나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는

그 분이 요청하는 사항을 잘 흡수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어렸을 때부터 개성이 뚜렷해서 실은 대중적인 적당한 지점을 맞추는 게 나에게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다수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게 좋고, 시간이 더 들더라도 그저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더 잘 소통하는 게 좋다.


너무 막막했을 때, 그냥 내가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집 앞에 있는 곳에서 하루 알바를 했는데, 실은 돈을 번다기보다는 3시간밖에 하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거기 계신 직원분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그분이 나에게 잘 대해주려고 했던 점도 있고 여러모로 고마운 점이 있지만 여하튼 사람이란 서로의 성향 차이인 점에서 충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주일에 세 시간밖에 일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지만 돌봐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그저 슥슥 그리면 되는 소묘이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한단 점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생일 이틀 전, 선생님께서 나에게 와서 내 타임시간에만 사람이 우르르 평일로 빠져나간다는 말을 해 주셨다. 뭔가 충격적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나에게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려 했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당혹감이 컸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사실 거의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미워하지 않으려 하려 했다. 결국에는 이런 상황이 온 것이 내 ‘잘못’이라기 보다는 ‘책임’ 이기 때문에 나를 책망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려 했다. 어쨌든 이 일이 나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이다. 하며 하루를 낭비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생일이 왔다. 나에게는 생일이 나를 아껴주는 날인데 안 좋은 생각으로 진흙탕을 만들어버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 생각들을 계속 흘려보냈고, 신기하게도 생일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최고의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토요일마다 알바를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전시를 토요일에 하루 닫을 뻔하다가 알바에서 잘렸기 때문에 토요일에 문을 열었다.


내가 완전 팬인 미술작가분이 갑자기 방문해주셨다. 그리고 그 날 또 내가 3-4년동안 덕질 한 무용수님 또한 방문해 주셔서 끝나고 칵테일도 마셨다.


그 날이 나에게 최고의 날이 되어버렸다. 모든 이 주 간의 날들이 최고의 날들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더 최고의 날이었다.

참 신기하고 감사하달까.


역시 나쁜 건 좋은 일의 징조이다. 다만 책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오늘도 공무원님에게 연락이 왔다. 예전에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나에게 안 맞는 것 같아서 취소신청을 요청했지만, 중단신청으로 바뀌어서 나는 3년 간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억지로 무언갈 못 하는 나는 그저 받아들였는데, 그 공무원님이 나를 생각해주셔서 취소처리로 전환시켜준다는 것이었다. 너무 감사해서 아침에 조금 울었다.


토요일에 아는 오빠가 불러서 나갔는데 새벽에 택시를 타고 나갔지만 둘 다 너무 취해있어서 내가 나간 지 한시간 만에 다시 집에 들어갔다. 사실 화가 나긴 했지만 화를 내서 무엇하랴 싶어서 그냥 흘려보냈다. 오빠에게 사과의 연락이 왔지만 그냥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미워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 미움을 굳이 용서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아무 감정 없이 그 날을 행복하게 보낸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한 건 한 가지의 깨달음이 있었는데, 이상할 만큼 1월 1일의 상황과 겹쳤다. 그 때에도 나는 어떤 사람의 집에 갔었는데, 결국은 그 사람과 잘 되진 않았어도 그 사람이 나에게 대해주었던 게 정말 최선을 다하고 공주같이(?) 대해줬다는 걸 깨달았다. 같이 술을 마셨는데 거기 있는 술이며 편의점에서 계속 혼자 무언갈 사오고 아침에 떡국도 사주고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기도 하고 커피도 사주고,, 뭐 사준다는 것 자체보다는 그만큼 나를 소중히 대해주려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그 하루 동안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줬다는 것도 이번 이 사건과 비교했을 때 너무 고마웠다. 내가 감사함을 조금 잊었었나보다.


여하튼 안 좋은 일은 여튼 좋은 일 같다.


그냥 나는 휩쓸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너무 감정에 함몰되기 보다는 그저 흘려보내고 최고의 하루들로 내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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