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게 있다.
나는 누군가 앞에 있으면 내 모든 것이 다 탄로난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즉, 내 생각까지 저 사람이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이나 그냥 그런 사람에게조차도 생각을 조심하려고 한다.
나에게는 커다란 법칙은 없다.
특별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나를 비하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는 나일 뿐이다. 그리고 완전하게 정직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대하려고 하고 굳이 착하려고 하지도 않고 나쁘려고 하지도 않는다.
생각에는 정말 큰 힘이 있다.
하지만 그 힘을 찾기 전에 우선 스스로를 비우는 게 답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건 정말 완벽하고 자유롭지만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려고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때 순간순간 내 안에 있는 알 수 없는 힘이 순간 순간을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대로 실행하면 정말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얻는 것 같다.
요즘은 정말 좋다.
굳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사실 그게 제일 특별한 것 같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작업들을 원없이 해서 너무 좋다. 손이 빠른 편이라서 작업실에 작품들이 너무 빠르게 쌓여가고 정리가 살짝 안 되어있는데 그것 마저 사랑스럽다.
하루에도 몇 명씩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신다. 오늘 하루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친절과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인연들에게 언제나 깊은 감사를 느끼는 것 같다.
오늘은 엘레베이터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나 뵈었는데, 문도 열어주시고 먼저 가라고 젠틀하고 온화하게 행동하셨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셨다. 그 때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눈이 맑고 예쁘다고 생각을 하는 게 느껴졌다(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받자마자 나에게 “눈이 아주 예쁘시네요. 눈이 예쁘면 얼굴 전체도 예쁠 것 같네요.” 하면서 엄청 큰 칭찬을 해주셨고, 나는 그 다정함과 온화함에 너무 감사했다.
오늘은 집에 올 때 비를 맞았다. 보슬보슬 느낌이 좋았다. 나는 비를 맞는 걸 좋아한다. 저번에는 오랜만에 한강 자전거를 탔는데, 한강 중간에 오자마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나는 쫄딱 맞았다.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는데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한강 중간 지점이라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는데 그것마저 좋았다. 그냥 그 상황이 우스웠고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혼자서 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물에 젖은 생쥐 직전의 상태라서 우비를 사고 작업실에 가버렸다.
예전에는 비맞는 게 좋아서 지하철에서 내려서 우산도 있으면서 비 맞으면서 집 가다가 한 사람이 와서 우산을 씌워준 적도 있는데 내가 비 일부러 맞고 있다고 하니까 날 진짜 독특하게 보는 그 표정이 너무 웃겼었다.
요즘에 정말 좋다. 정말 좋은 이유를 대라면 수십가지가 있을 텐데 사실 그냥 평화롭고 온전해서 좋은 게 다인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만족스럽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좋다.
바보같아도 그냥 그대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