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을 비웠다. 내 흔적들을 다 지우고 말끔한 상태에서 나왔다.
작업실이라는 건 나에게 있어 너무 소중하다. 왜냐하면 나는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 항상 필요했고, 집은 작업을 하기에는 적합하진 않았다. 그림이라는 건 내가 가장 건강하게 치유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고 내 삶의 전반적인(아니 거의 모든 것)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고 하여 집착하거나 겁내하는 개념은 전혀 아니지만, 내가 일상을 바쁘게 살면서 그림을 사랑한다는 걸 마냥 잊다가도 물감만 들면 행복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말이다.
옆에 있는 오빠는 옆 부스에서 독립서점을 하는데 사실 손님이 많이 오진 않지만, 낯선 타인이 작업실에 온다는 사실 자체로 나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넘겼지만 나중에는 내 공간에 대한 자유가 박탈당한 기분이었고, 내가 이제껏 썼던 작업실 중 가장 사랑하고 애착있고 만족스러운 공간이었던 것인 만큼 떠나보내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떠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떠난다.
나와 오빠의 에너지 기운이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작업실에 있는 다섯 달 동안 승승장구 헸고 오빠는 그렇진 못했던 것 같다. 그 기운이 많이 충돌이 되었다고 느껴졌다. 나는 작업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정말로 “작업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빠는 그 공간을 꾸미는 것에 많은 노력을 했다. 나와는 정말 다른 요소가 많았다.
처음에는 오빠에게 빼앗긴 느낌이었다. 꿈까지 꿨다. 저 사람이 나의 것을 빼앗아 가는구나, 하는 무의식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꿈에서의 나는 작업실에 투영된 물체를 보고 “원래 내 것이 아니었어.” 라고 생각한 뒤 정말 미련없이 떠나보냈다. 실은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이상하게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잘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이 크다.
나는 또 어떤 여정을 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가는 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