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행복해 별것도 아닌 게 웃겨

by hari

거의 일만 하고 살다가 피곤해서 요즘에는 작업을 줄이고 밤에 잠을 많이 자려고 했다(그래도 작업을 하긴 함).


난 무언가를 관찰하는 걸 정말 사랑하는데, 특히 미술품에는 더욱 그렇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색이나 형태를 따라가다보면 묘하게 그 사람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그 사람의 행위와 그 사람의 느낌, 그리고 열정이 느껴진다. 질감들, 표현들, 순발적인 즉흥성, 애정, 몰입감과 가슴 속 깊은 영감까지. 온전하게 집중한 작업들와 계산 없이 산발적으로 뒤범벅 된 작업들, 혹은 완벽주의자의 오차 없는 작업물들. 사실 이런 부수적인 설명 필요 없고, 그냥 좋다.


예전에 무용공연을 보고 글로 그 감흥을 담고 싶어서, 공연 보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내 언어로 생각을 계속 했는데, 느낀 건 생각보다 감흥과 감동과 영감이 훨씬 더 빠르다.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생각이 담지 못한다. 생각은 훨씬 느리고, 진심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 감각을 따라가다보면 사실 생각이 필요 없어서 생각을 버린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작업이 좋다.

사실 일을 많이 해서 하루종일 작업할 순 없지만 하루종일 작업 생각을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찌보면 집착같이도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는 비교 되지 않는 순수성인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순수하게 어떠한 행위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제일 몰입하고 있으면 그런 관심조차 필요 없다. 왜냐면 그냥 스스로 행복해 하는 것으로도 정말 충분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좋아해주고 다가와주는 사람들 보면 가끔은 이해가 안 돼서 그냥 그 모습의 나를 좋아하는 건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닌? 이런 의문도 드는데, 가끔 유원태가 갑자기 진지충으로 작업하는 모습 보면서 진짜 멋지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해가 어느정도 된다. 그냥 우리에게는 이 모습 자체가 우리인 셈이다. 원래 가짜 모습 내비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젠 가식같은 거 다 필요 없고 귀찮다.


이번년도는 내가 원하는 나의 포부 100% 중 1.5%를 채웠다. 사실 나는 항상 꿈이 작으면서 큰데, 그것에 현실 자체는 항상 소소하지만(내가 욕심이 과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보면 꽤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는 걸로 채워졌다. 아직 너무너무 시작 단계이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욕심쟁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하고 싶은 건, 결과 주의나 성취 주의보다는 행동적인 것들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서 그런 것 같다.


근래들어 답답한 게 좀 있었다. 작업을 많이 못 해서 그런 것도 있고, 시원하게 무언가가 화끈하게 왔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다. 애매한 것들이 조금씩 있었고, 나는 확실하게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답답한 것들이 있었지만, 항상 답은 그냥 인내하며 그림을 그리고 작업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무엇이든 안정감 있는 변화 속에서 편안하고 활기차고 사랑스럽게 하고 싶다. 내 욕심이라면 그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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