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by hari

지금은 거의 n잡을 하고 있어서 사실 뭐 하나 일을 더 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게 나 스스로에게 더 좋을 수도 있는데, 사실 누군가를 가르치고 함께 나눈다는게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예민해서 항상 어딜 가든 독특하거나 이상하거나 예측불가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는데, 그런 것 자체가 내 개성이고 내 특기라는 걸 성인이 되어서는 감사한 가치라는 걸 느끼지만, 어렸을 때에는 고충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작은 드로잉북을 끼고 다니면서 쉼없이 그림을 그리고 그것으로 행복해하고 내 감정을 표현했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그런 경우인데, 사실 우리집도 예술가 가문(?) 이 아니라서 나랑 이모말고는 이 분야 사람이 없는데, 이 아이도 집안 자체가 대부분 정석으로 교육을 받아서 무난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에 대하여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신다고 해서 사실 그 말자체가 되게 놀라웠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면서, 어찌 보면 그 아이를 그저 놔두면 정말 편하게 키울 수 있는데, 어찌보면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시는구나 싶어서 나도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 친구도 나랑 너무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잘 자랐으면 좋겠는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래서 거의 한시간동안 상담을 하다가 왔는데, 그 아이는 항상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 어떻겠냐고 해도 머릿속에 그림생각밖에 없다고 하길래 그 말이 되게 좋으면서 짠하기도 했다. 뭔가 어머니랑 같이 이야기하다가 서로 울컥하기도 했는데, 어린 나이에 엄청 예민한 감수성을 타고나서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냥 하고싶은 대로 놔두면 정말 잘 크겠다 하는 뿌듯함까지 있었다. 그래서 그냥 결론은, 아이가 하고싶은 것 다 시키고 자유롭게 놔주라고 말을 전하고 집에서 나왔다.


누군가를 가르치면 이런 것들이 있다. 사실 처음에는 학원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나왔는데, 어머니들이 나를 붙잡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개인 레슨을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한 것 같다. 사실 스케줄이 조정하기 힘들어서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저 믿고 맡겨주시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나도 그분들과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일 같다. 내 삶에 생기와 보람이 동시에 있는 일 같아서 나한테 제일 잘 맞는 일 같다고 해야하나? 뭔가 다행인 건 항상 베스트인 학부모님들을 만나는 것 같아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고민같은 걸 같이 소통할 때도 뭔가 마음이 몽글해지면서 생각할 것들이 풍부해져서 좋은 것 같다. 뭔가 어느정도 내가 이 분야로 세상에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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