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냈어

by hari

누군가에게 무언갈 알려 줄 때 가끔씩 좀 도와줄까? 하고 물어볼 때, 아뇨 저 혼자 할게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숙치 않은 것이라서 내가 도와주면 훨씬 쉽게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힘들게 혼자 끙끙 하지? 했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까지 웬만큼 우리집이 잘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서 돈을 아무렇지 않게 썼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아빠는 내가 어려서부터 돈 많이 버는 게 삶의 낙같이 느껴지는 사람처럼 비추어졌었는데,

딱 그 시기에 나는 중학생때? 부터였나 엄마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사고싶으면 사고 먹고 싶으면 먹고 딱히 제약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때 부모님이 많이 싸우셔서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성향이 짙은 아이었는데, 대학생 때 부터는 알바는 거의 안 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고 다녔지만 맨날 내가 하는 건 공부하기, 술마시고 친구들이랑 놀기, 작업하기, 연애하기, 이 것들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를 대해야 하는 법도 몰라서 사회에 처음 나가자마자 실수도 진짜 많이 하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분명 우등생이었고 모든지 잘 하는 애였는데 왜 일을 못 할까? 분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작업을 많이 하고 그림에 집중했다.


아직 사회에 나온 지 4년 차 밖에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느낀 건 정말 많다. 일 때문에 건강도 잃어보고 자존감도 잃어보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고 불안하기도 정말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랑 졸업하면 지원을 하나도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진짜 졸업과 동시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보증금의 일부정도? 그리고 아주 가끔씩 주는 약간의 용돈들?


그렇기에 모든 걸 나 혼자 해야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게 나한테는 너무 벅차고 벼랑 끝에 있다는 느낌이 이것이구나 싶었다.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날개질도 잘 못하는데도 진짜 억지로 울면서 날아오르는 새 같아 보였다.


그래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이

그냥 일 안 하고 외국으로 유학가서 살고싶다 평생 작업만 하고 공부만 하고싶다.


이거였는데, 사실 부모님이 보내주지도 않을테고, 나 스스로 하라고 할 터이니 나는 혼자 울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냥 편하게 작업하고 졸업하고도 사회생활 안 하고 편하게 작업하면서 놀고 먹는 애들이 부러웠다.


최근에도 내가 일을 잘 한다고 생각은 하진 않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나 스스로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만하면 정말 잘 했다. 너무 수고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예상치 못한 일들과 감사한 것들이 나한테 오면, 그래도 이걸 내가 따냈다, 해냈다, 잘했다, 스스로했다, 혼자서 했다, 도움없이 했다, 잘했다. 이럴 때마다 어린아이가 별 것도 아닌 것에 스스로 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모습처럼 좋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취감이었다! 스스로 하려고 하는 건 성취감이었다. 그냥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믿음? 자랑스러움? 그 내면의 것을 얻기 위해서 혼자서 하는 거였다.


나는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 벼랑이 없었다면 혼자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죽도록 힘들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긴 했다. 아직 싹을 틔운 정도도 아닌 내가 그래도 이만큼 오길 잘 했고 너무 수고했고 앞으로도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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