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지 않게 작업에 집중을 못 했던 몇 주 혹은 1-2달을 보냈다.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시기는, 아무런 현실도 없이 그냥 그림만 그리는 정말 간단한 삶인데,
그 삶 속에서 나의 모든 것이 있는 느낌이라서
그 아무것도 아닌 게 정말 행복했었다.
학생때 그걸 절실히 느꼈는데, 시기는 가을이었다.
요즘엔 작업을 많이 하려 한다.
새벽에 일어나 그림 그리고
저녁에 돌아와 새벽까지 그리고
일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하나도 신경 안 쓰고 그림 그린다. 가끔 작업실에서 새벽에 아무 짓도 안 하고 멀뚱하게 노래 감상하면서 작품들 감상하면서 그냥 그 순간을 만끽할 때가 있는데,
정말 행복하다.
지금이 그렇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게 좋은데,
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지속시키려면 현실적인 것들이 필요해서
나는 여하튼 돈 많은 예술가로 남을 것이다.
다행인 건 그냥 뜬구름 잡는 사람은 아니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걸 이루려는 성취주의자인 동시에,
그 당시에 감각을 느끼고, 삶을 느끼려고 하는 시적인 감수성이 있는 두 가지의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게 다행이고 감사하고 좋은 것 같다.
요즘엔 0, 제로에 대한 작업을 한다.
문득 나를 가득 채우려? 혹은 그냥 무언갈 ‘필요로 한다’ 하는 느낌을 가지고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난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혼자여도 행복하고,
텅 비어진 마음일 때 제일 자유롭고 행복한,
스스로를 어떠한 미사여구나 혹은 틀 안에 가둬 놓은 형식에 가두어 두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도 되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자유를 발견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를 시키면서 벌벌 떨면서 패딩을 주워입고,
작업을 시작하고,
길을 걷다가 노란빛 나뭇잎들을 발견하고,
일 하다가 빨리 작업하고 싶다 소망하면서
다시 내 공간에 들어와서 노래를 들으면서 붓을 드는 일?
오늘은 힘드니까 회화 작업만 해야지 스스로를 속이면서 ㅎ 누워서 노래를 감상하고 순간을 감상하는 시간을 지니는 것.
하루에 4시간 자도 사실 좋아하는 걸로 꽉꽉 채우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나는 감각에 중독된 사람처럼 항상 무언갈 창작하는데,
사실 내가 제일 힘든 시기가 자유롭게 창작하지 못하는 시기이거나,
모든 것을 안 할 때? 인 것 같다.
스스로가 되게 무질서 할 것 같지만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안정적이고 우직하고 굳센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