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스스로의 장점이자 단점인게 단순하다는 건데, 이정도면 멍청할 정도로 바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그대로 잊어버린다. 슬펐던 일도, 내가 먹었던 것도, 좋아했던 것도 그대로 잊어버려서, 간혹가다가 친구에게 울면서 말했던 것도 다음날이면 싹 다 잊어서 이정도면 기억이라는 게 나에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이상할 정도로 슬픈 감정이 내 앞을 흐릿하게 지나가곤 하는데,
사실 감성팔이나 감정에 휘둘리면서 살지 않는 요즘에 나에게 있어서 눈물이라는 건 꽤나 어색했다. 나름 냉혈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것이 아픈 기억인 건지 혹은 힘이나는 기억인 건지 모르겠는 수많은 것들이 나에게서 우루루 나오기 때문에 그것들을 한동안 지켜보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당시에 뿌리쳐버리고 싶은 것을 막상 뿌리쳤을 때 사소한 후회가 남는다는 걸 무의식이 저장해 두나보다.
나도 모르는 깊은 내가 많은 슬픔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그 감정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서 서서히 위로해 주었어야 했는데, 일에 치여서 내 안의 단순한 자아가 튀어 나와서 모든 걸 하루만에 잊어버렸다. 잊는다는 건 정말 의아한 일이다. 가끔씩 내 가슴 너머로 스스로가 몰랐던 것들이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한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이 먼저 반응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품고 있는 동물적인 무언가가 반응해서 나도 모르는 순간 왈칵 눈물이 흐른 적이 많다. 그걸 쉬운 말로 표현하면 진심 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
한동안 단짝이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옛 기억을 들었을 때 나는 펑펑 울어버렸다. 내가 제일 아팠던 시기에 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안 되었던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소중하면서도 슬프면서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나의 성공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내가 만났던 과거의 사람들의 성공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많은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면 아차 싶다가도 너무 아파서 계속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나간 것들을 잡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프거나 여러 감정들의 갈래가 나를 통과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여하튼 그 순간적인 기억들과 감정들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도 힘들고, 영원하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만한 것들도 아니라서 그냥 그 상태로, 어린아이 달래듯 자유롭게 풀어줄 수밖에 없다.
나는 감정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덧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감정이나 일시적인 순간들 너머로 더 아름다운 감각들이 있어 왔음을 알기 때문에, 그 감정에 매료되어서 스스로를 잃는 것에 대하여 위험성을 잘 알지만
그래도 제일 인간적인 행위가 감정이라는 많은 이름표들을 느끼고, 놓아줄 수 있을 때 똑바로 놓아준다는 건
어쩌면 진짜 아름다울 수도, 바보 같을 수도, 혹은 정말 완벽하지 않아서 인간적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