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by hari

한의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일주일에 운동 몇 번 하냐고 물어봐서 매일 해요 라고 대답하니까 본업이 미술작가가 아니라 운동선수 아니냐고 했다. 사실 운동하는 데에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좋아서 한다.


전남친이 국가대표 출신이었는데, 매일같이 운동하면서 운동에 은은하게(?) 미쳐사는 사람같이 하길래 나는 오빠한테 운동을 왜 하냐고 물으니 그냥 좋아서, 라고 대답하더라. 사실 난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진짜 행복해서였고, 기뻐서였는데, 그냥 좋아서, 는 아니었다. 그 감정이 뭘까? 정말 궁금하기도 했다. 그 무덤덤한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요가는 아쉬탕가를 3년동안 꾸준히 해서 몸의 유연성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근육도 너무 없고 운동신경도 완전 저질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아빠 따라서 운동을 많이 다녀서, 내가 조금만 제대로 하면 금방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랑 크로스핏을 같이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는 빨리 아침이 되길 기다렸고 운동하는 그 순간을 엄청 고대했던 것 같다. 그 열정이 지나쳐서 피로도가 쌓여서 다친 것도 있는데, 원래 어깨 자체를 많이 써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무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추어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요즘엔 적당히 운동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오빠가 예전에 했던 그 말이 이해가 된다.


그냥 좋다. 그냥 운동과 가족같은 관계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삼일 전 쯤 오빠랑 통화할 때 “오빠 나 이제 알았어! 나도 그냥 좋아.” 하고 말하니 내가 운동의 진가를 깨달은 거 같다면서 자기가 더 뿌듯하다고 그러더라.


요즘엔 먹고싶은 것 다 먹지만 그래도 최대한 식이섬유나 단백질을 잘 챙겨먹으려 하고, 너무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싫다. 치킨도 싫고 피자도 싫다. 가끔 군것질은 하지만 정말 코딱지만큼 먹고 만다.


만성적으로 위가 아픈 것이 사라졌고 하루종일 체력이 넘쳐난다.

원래 밝았지만 더 밝아졌고,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아졌다.


내가 이런 쪽으로 많은 걸 알진 않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좋다.

가끔은 발악해서 운동을 내가 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더 무겁게 더 무리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혼자서 침착하게 적당한 정도로 하는 나 자신이 기쁘다가도 그저께 피티를 받다가 선생님이 내가 계속 표정변화 없이 묵묵히 시키는 거 다 하니까 계속해서 시키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운동을 하는 건 너무 살아있는 것 같다. 나는 뛰어다니는 게 너무 좋아서 사실 유산소를 더 좋아하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더 은은하게 열정적인 삶을 즐기는 것 같다. 하고싶은 게 너무 많고 그것만 생각하다가 하루를 허비하고 싶진 않아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안해 내거나 실행한다. 그럼 너무 행복하다.


사실 방금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는데(?) ㅋㅋㅋ

그 친구는 정말 여유로운 친구라서 항상 한가롭고 열정도 없고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거 같아 보였고 행동도 그렇게 했는데 곁에 있으면 내가 그런 그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너무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실 혼자만 그러면 상관 없는데,

같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의 성향에 스며드는 기분이라 두렵기도 했다. 그런 성향을 내가 지니면 나는 끝까지 우울해지고 만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고 난 이제 자유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건강하고 적당히 운동하는(?) 삶을 유지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열정을 다 할건데, 바로 앞의 돈이나 이득에 연연해 하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면서 내 작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 같다.


사실 두려움만 버리면 작업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요즘에는 유익한 컨텐츠를 만들려고 시도중이다. 그 행위가 너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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