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오빠를 봤다. 나는 오빠가 웃을 때 그렇게 개구쟁이같다는 걸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오빠랑 헤어졌던 날에도 현석이가 있었는데, 오빠랑 만나고 난 다음에도 현석이랑 작업했다. 그래서 신기했다.
나는 차라리 완벽히 끝이면 끝이고 다시 시작이면 다시 시작이었으면 좋겠는데, 느낌은 묘하다. 그 사람은 습관적으로 우리집 앞에 주차를 했고 나는 학동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거의 일 얘기만 했던 것 같고, 사실 그냥 친구처럼 말하긴 했고 나는 굳이 다시 잡진 않았지만 집 가서 엄청 울었다.
울면서 피곤해서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현석이랑 나랑 작업하는 장면이었나? 분홍색 끈이 여러 개 나왔다. 얽히고 섥혀 있는 걸 내가 가위로 자르기도 하고 풀어 헤치기도 했는데, 그날 현석이랑 작업하기 직전까지 우리가 뭘 할지 전혀 얘기가 되어있지 않았는데 그 꿈을 꾸자마자 분홍색 끈과 키치한 오브제들을 잔뜩 사서 현석이를 만났다.
현석이랑 작업할 때 제일 좋은 점은 예측 불가능성과 자유로움이랄까? 작업 하면서 감정도 많이 가라앉고 많이 환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적어도 슬프진 않았다.
함께 작업을 할 때 편안한 느낌에서 무언가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은데,
현석이랑 예전에 비해서는 조금 더 친해진?(하리만의 착각? ) 편해진?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나서 시우언니를 만나서 공연 이야기도 하고 공연 에스키스도 짰는데, 여전히 나는 다시 공연을 하고 싶고 그럴 생각을 하면 정말 크게 기분이 좋고 흥분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쯤 나는 잡아두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오빠는 내가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나 좋다고 옆에 있었다. 그래서 사람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나 싶었던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내가 몇 번이고 오빠를 잡아도 잡히지 않는 사람이란 걸 보면 정말 끝인가 싶어서 사실 슬프기도 하고, 몇 개월 동안 항상 잊고 살다가 그래도 나한테 제일 소중했던 사람이지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면 기계같은 나도 계속해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이젠 진짜 내려놓아야 되나 싶다.
그래서 이젠 누군가에 대하여 아무런 기대도 없고 노력도 없고 인정도 없고 애씀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그래서 마음을 다 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