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와는 절대 친해질 순 없겠다는 순간 또한 있다.
나름 얌전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속 안에서 폭발적으로 들끓는 게 너무나 많은 나는 점잖이라는 거 사실 공적인 내숭일 뿐이고 어쩌면 왈가닥한 게 내 성격과 제일 비슷할 것 같은데,
너무 고상떨거나 얌전하거나 온실 속 화초같은 사람 곁에 있으면 나까지 바들바들 떨려서 항상 도망치곤 했다. 그보다도 야생에서 자란 좀 덜떨어진 것 같은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곤 하는데, 나 또한 덜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내가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완벽해 보이지만 나사 하나가 심하게 빠져 있으면 그게 그렇게 예뻐보였다. 뭔가 나라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잘난 모습만 보이는 사람 곁에는 살얼음 걷듯 힘들고, 어느 구석에 내가 숨 쉴 수 있는 야생적인 면모나 순진무구한 면이 있으면 그게 그렇게 좋았던 것 같다.
몇년 전에 어쩌다 알게 된 대표님이랑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항상 내가 좋아했지만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거리감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같이 술마시다가 아무 곳이나 벌러덩 누워서 미친 사람처럼 소년같이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그게 참 사랑스럽다 생각해서 사랑하게 됐던 것(?) 같다. 그 때의 장면들이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남을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예뻤던 것 같다.
어쩌면 아직도 가식이라는 게 나한테 익숙치 않고 순수한 무언갈 좋아하고 항상 갈구하는 나 이기에 무능한 무언갈 극도로 싫어하긴 하지만 동시에 너무 고상한 것에 대한 경계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야생마같은 이미지나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서 나도 옆에서 뛰어놀고 있는 다섯살 짜리 아이가 되어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어떤 사람들의 야생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다. 웃었는데 이에 아주 약간의 뻐드랑니기 보이는데 그게 참 예뻐보이는 사람,
긴 체형인데 흔들거리면서 덜렁거리며 걷는 사람,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덜컹덜컹 거리는 듯한 이미지, 평소에 딱딱하게 본인의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가 예술 이야기만 나오면 소년이 된 듯 눈이 번쩍이며 나와 같이 뛰어다니는 사람, 눈 밑 점이 연달아 두 개 있는 이미지, 아무렇지 않게 본인의 단점에 대하여 개그치는 사람, 내가 밤에 전화했는데 기타치면서 웃는 사람, 전문직인데 빵구난 양말 신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사람
난 본능적인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