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어요
2021년, 그 때에는 정말 기억에 남는 게, 아무 일도 하고싶지 않아서 모든 일을 다 정리하고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렸다. 지금의 나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냥 그림만 그리고 싶어서 거의 일년 넘게 동안 그림만 그렸던 것 같다.
그 때 당시에 그림만 하루종일 그리니 그만큼 만족도는 높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고, 사실 그 때 당시에 무엇이 껴 있었는지 전시도, 일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자맥질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상태로 네 달을 보냈는데, 그 네 달 동안 썼던 메모들을 어제 확인했는데 마음이 뜨거워졌다.
무언가를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래본 적이 없어서 공감을 잘 못하긴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싶은 게 있어도 해야하는 것만을 하는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하곤 하는데, 사실 하고싶은 것만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써는 그만큼 희생해야 할 것도 정말 많고 책임져야 할 것도 정말 많다. 다만 이렇게 사는 이유는, 한 번 이렇게 살기 시작하면, 내가 하고싶지 않은 방향으로 사는 방식 자체도 잘 모르고, 내가 삶의 주도권이 있다는 사실에 큰 만족이 있으며, 그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진짜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 그 4달을 보낸 다음에 아이즈 매거진이랑 촬영도 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도 하고,지원사업도 계속 당선되고, 전시와 공연을 계속 하고, 외주도 계속 들어오고, 회사도 갔다. 그래서 그 해에는 돈도 꽤 많이 벌고, 창작도 많이 하고, 사랑도 하고, 공연도 하고, 행복했다.
2021년은 내가 보낸 초반의 가장 힘든 해이자, 후반의 가장 행복했던 해였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창작적인 행위를 다 했던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열정에 가득차서 뛰어다녔다. 나는 그게 너무나 행복했다. 그게 나의 살아있음이었다. 공연을 할 때의 그 자유함과, 내가 영상 편집을 할 때의 집요함에 빠져들어서 완전히 몰두하면서 살았던 해였는데, 2020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나에게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기때에 비참함과 끈기, 인내 등을 이겨냈던 것 같다. 이상하게, 한 번의 생각으로 “전시하고 싶다.”라고 다짐을 하자마자 전시 기회가 온 게 2021년 3월이었는데, 그 때 운 좋게 내 생일에 전시가 겹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시였다. 그 전시 때 상주해 있으면서, 자기사랑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내가 지닌 모든 부정성과 긍성성을 다 흘려보내니 사랑만 남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일이 정말 술술 풀렸다.
나는 해마다 힘든 시기를 겪는데,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무언가에 힘든 것을 겪고 싶지가 않다. 정말로 !! 왜냐하면 그건 너무 힘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언가 몰두할 것을 찾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한다. 그럴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에는 변화가 정말 많다. 좋은 기회도 있고, 힘든 일들도 있다. 그 두개가 교차하니 한 쪽에서 뺨 때리고 한 쪽에서 사랑주고 반복하는 것 같아서 정신이 없다.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정말 좋고 큰 기회도 있었고, 힘든 일이라기 보다는 인내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만 같다. 그래도 그런 상황마저도 축복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래도 놔두고 고마워한다.
요즘에는 무언갈 만드는 것에 몰두해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영상을 만들거나, 공연 준비를 하거나, 이상한 아무거나 창작하거나 말이다.
중간에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질문에 있어서, 나는 순간을 살아가면서 진심으로 살기를 원하고,
그것의 방식에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게 있다. 나는 살아있음이 좋고 창조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생기를 느끼는데,
그것의 기저에는 열정이 있다. 나의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서까지 열정을 발휘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 사실 그런 상태에서는 피로감도 잘 못 느낀다.
작년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 일을 많이 내려놓게 되면 나에게 남겨진 것들이 많이 없어질까봐,그리고 안정성이 사라질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내 곁에 있었던 전 남자친구, 내가 받고 있는 외주들, 계속해서 들어오는 고객들, 그런 상황들은 정말로 감사했지만 나는 지독하게 변화를 원하는 변태인가보다.
남들은 다 안정성을 추구하는데, 나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마냥 맨날 모험만 한다. 그러한 나의 성향이 가끔은 스스로 지치지만,
안정적으로 고여있는 것 만큼 죽어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많은 것들을 놓아버린 것 같다.
진짜 많은 용기를 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
항상 그랬다. 그냥 한다. 생각 없이 한다. 왜냐하면 하고 싶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난 진짜 살아있고 살고싶기 때문이다.
많은 물질적인 것들을 사랑한다. 그것이 있어야 많은 걸 할 수 있고, 그것들은 정말 감사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초적인 나 자신은 그 근간에 창조라는 내적인 가치가 정말 크게 있는 것 같다.
무언갈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제일 싫고 힘들다.
그래서 그것이 똥이 되든 쓰레기가 되든 항상 무언갈 만들어내고 싶다.
작년에 일이 많아서 그것 스트레스를 풀려고 새벽에 크로스핏을 가거나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다.
그러다가 오히려 작업보다 운동에 빠져버려서 하루에 3시간 이상씩 운동을 했던 것 같다. 그것도 성에 안 찼는지 주말에 등산을 가거나 아는 언니랑 같이 헬스를 하거나 아니면 홈트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여하튼 강박적으로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요가는 3년간 꾸준히 해 왔지만, 몸에 근력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무리해서 하니, 몸에 무리가 왔다.
어깨가 다쳤다.
나는 몸이 잘 안 다치는 편이라서 다친다는 게 스스로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작업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운동하다가 다친 건 정말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래서 처음에 어깨가 다쳤을 때에는 그게 근육통인 줄 알고 인지를 못 하고 평상시에 했던 것과 똑같이 운동을 했다.
팔이 잘 안 올라갔다.
병원에 갔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이것저것 검사를 했는데 어깨 통증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운동을 한 달 동안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제 스트레스 푸는 것도 없어지고, 작업할 때 팔 아파서 제대로 하지도 못 하고 운동도 못한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그 때가 내 생일 쯤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슬퍼할 그 시점에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도 정말 많이 받고 선물도 정말정말 많이 받았던 생일 주간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 한달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하체 운동을 했다.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나 하체운동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점에 자전거를 타러 가는데 꽤나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무인도에 가서도 행복하게 살 아이이구나 싶었다.
적응력도 뛰어나고 변화에 맞추어서 나를 바꾸어 버린다.
그래서 그 시기에 생각보다 감정 기복이 많이 없었다. 오히려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운동을 다시 복귀해서 하고 있는데,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은 절대 안 하는 편이다(사실 두 시간까지는 한다.).
무리해서 무언갈 들지도 않고, 무리해서 빠르게 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천천히 하고 적게 들고 조심해서 동작을 하는 편이라서 좀 답답하긴 해도 안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일 전거근 운동이랑 기립근 스트레칭, 대퇴 사두 운동이랑 코어운동을 해서 어깨랑 무릎이랑 허리 안정화를 많이 시키는 편이다.
일단 내 몸에 근육을 많이 붙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하고 있는 운동들이지만 아직 헬린이에게는 배워야 할 점이 정말 많다.
그래도 내 몸을 가꾸고 있고,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인다는 생각에 꽤나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신체가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
요즘에는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있어서, 사실 이번 초부터 진짜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많고 꽤나 큰 일들도 많았지만 우직하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멘탈이 진짜 강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약간 지친 기색이 있어서 다시 리마인드 하고 제대로 살 작정으로 하고 있다.
계속해서 방향을 세우고 있는데, 방향은 똑바로 있지만, 옆에서 뺨 때리고 사랑주는 삶의 행위에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모든 걸 축복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트레이닝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성적인 누군가를 만날 생각이 크지도 않고 사실 누군가가 온다면 나의 삶에 도움이 되고, 서로의 삶에 도움이 되고, 건강한 관계로 서로 좋은 시너지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연애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진심을 다해서 사랑을 주고 싶긴 하다. 그냥 편안하게 친구처럼.
나 꽤나 잘 살아가려고 한다.
나 잘 살고 싶다.
나 살아있고 싶다.
그냥 나대로 살고 싶다.
그냥 행복하고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