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파르나스 묘지

by hari

파리에 있을 때에는 몽파르나스 묘지의 벤치에 앉아있는 걸 좋아했다.

공동묘지라고 해서 음산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사람의 묘지마다 신기한 문구나 재밌는 문구, 혹은 엄청 슬픈 문구들도 많았는데, 나는 술렁술렁 산책다니다가 그 묘지의 것들을 구경하다가 그냥 한량처럼 벤치에 앉아서 숨을 쉬곤 했다.


나 진짜 행복했다.

사람들이 물었을 때, 왜 행복해? 하면,

나 그냥 행복해. 살아있는 게 좋아.

이러고 말았다.

그냥 숨쉬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목표도 많고 꿈도 많았지만 그냥 숨쉬는 것도 좋았다.

온전히 순간을 산다는 것도 좋았고,

항상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은 바로 내 뒤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먼 미래를 가고싶지도 않았고, 현재에 충실해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하지도 않았다(종종 너무 즉흥적일 때만 빼면).

난 내가 잘 살기를 원했기에 미래의 내 비전을 명확하게 세우고 그것을 목표하며 한걸음씩 내딛었다.

하지만 동시에 순간이라는 게 정말 소중했다. 살아있는 게 감사했다.


요즘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생각들을 바라본다.

정말 중요한 것들도 많고 쓸데없는 것들도 많은데,

그것들을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스쳐지나간다.


순간순간 숨을 쉬면서, 여전히 나 살아있네? 하면서 느낀다.


그러면 사랑하고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그닥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가끔씩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다가, 나 진짜 살아있고 살아있으려 하고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파리 마레지구 쪽에서 벤치에 앉아서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울창한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빛을 느끼면서, 아 행복하다 느끼는 찰나의 순간 어떤 일곱살 흑인 남자애가 엄청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꺄르르 웃는 이십대 초반 여자애.


그 때에는 세상을 다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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