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것들

by hari

가끔씩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흐름들을 받아 적었다.


작은 글들은 확장 되어 큰 흐름이 만들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례대로 자동적으로 모든 타이밍은 완벽했다.


여러 번의 실패가 있으면 그것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눈을 떠 보았을 때 하늘은 높다. 그게 내가 느끼는 성공인 것 같다.


2020년, 많은 느낌 없이 냈던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2021년, 모든 삶을 느끼면서 주워다녔던 문장을 종합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양자나노 센터에서 미술상을 받았다.

사실 내가 무언갈 했다는 느낌보다는 삶의 흐름을 탄, 운이 기가막히게 좋았던 경험같다.


나는 줄곧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창작 활동에는 감정이 많이 지배하고 있구나 하며 착각했었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이 다만 그 너머의 초월적인 무언가를 느꼈던 시점에는 나는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굉장히 충만했다.


수년 간 거대한 바다 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행복했다. 근데 그게 그토록 싫었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떠나서 해변가에 집을 짓고 가끔씩만 바다에 가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따뜻한 쉼터였고, 안정적이었고, 확실했다.


그래서 미래를 많이 생각하고 계획했다. 사실 그건 정말로 중요하지만 어쩌면 중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집을 바다에 짓지 말았어야 했나? 혹은 정말 잘 지었나?

요즘에는 갑자기 집을 잃은 느낌인 동시에 내 집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에 알게 된 메커니즘 중, 오토파지(autophagy)라는 게 있는데,

칼로리를 과잉섭취하면 우리 몸에 있는 기능들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대로 기능을 쉰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스트레스가 없으니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단점은 계속해서 신체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니 과잉섭취로 인하여 세포 생존 기능이 저하되고, 단백질의 생성, 제거, 분해 등 재활용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반면에 오토파지라는 메커니즘은 불필요하거나 기능하지 않는 세포 구성 성분을 자연적으로 분해하고 파괴해서 이를 새로운 세포의 생산원료로 재활용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몸 내부에 있는 기관들의 기능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즉, 기계가 작동하듯 몸이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소식을 하게 되면 몸에서 비상 반응, 즉 스트레스 반응을 내게 해서 오토파지의 원리대로 일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안락하면 변화 없이 과잉 섭취하는 것 처럼 살고,

어떠한 비상 사태가 나타나면 오토파지의 원리 처럼 무언갈 행동하게 되는 것 처럼(하지만 그럼에도 난 안락한 삶이 더 좋지만).


그 속에서 배울 게 매우 많다.


일단 요즘에는 정말 순간에 많이 산다.

그래서 주변을 자주 보고, 그 순간 속에서 행복까지도 느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카페인 먹어서 밤에 몽롱한 상태로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좋아서 요즘 세시간 밖에 안 잔다.


끊임없이 무언갈 하는데,

사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 사상처럼 마치 과거의 내가 해왔던 짓들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것에 대한 내성이 많이 생긴 편이라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삶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가끔씩 나오는 방어기제들이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내 소명을 다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나의 삶은 오토파지와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실 아메바같이 아무 생각이 없고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행위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걸 사랑하고

가볍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

바람처럼 스쳐지나간다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고

그 또한 실패처럼 계속해서 쌓여가며, 나를 하늘 위까지 도달하도록 발디딤판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위에 꼿꼿하게 서 있다. 단 한 번도 주저앉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그러는 것 보단 정강이에 여러 상터가 많은 사람처럼 그렇게 서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이 지독히도 미울 때도 가끔 있지만

내가 나라서 감사한 것 같다.

만약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처럼 영원히 나로 반복해서 살더라도 난 그게 좋다.


아까 오디오북으로 그 내용을 들었을 때 전신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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