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운동일기 혹은 삶의 일기
나는 요즘 운동과 멀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진짜 내 삶을 살고 싶었다. 나만의 욕심이라면 하루종일 작업만 하는 게 내욕심이었다. 그래서 2021년에는 일을 아예 다 그만두고 외주도 안 받고 작업실에 쳐박혀서 작업만 했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집에 가곤 했는데, 사실 작업을 오래하는 것도 내 생활에 좋지만, 그게 나에게 너무 중요한 것이 되어버려서 내 행동반경에 침범하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삶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아해도 어느 정도 정도가 있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 지 일년정도 된 것 같은데, 워낙 예전부터 운동은 많이 해 왔어도 지금처럼 고강도를 오래 많이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하루에 많게는 3타임씩 듣고, 거기에다가 헬스까지 하곤 했는데, 게다가 헬스도 인클라인 16으로 등산하듯 러닝머신 하고, 1시간 정도 웨이트까지 했다. 그러면 총 4~5시간을 하루에 운동을 했는데, 그걸 매일 그렇게 했다.
나는 왜 그렇게 됐는가?
많이 생각해보고 많이 개선하고 싶기도 하고 놔두고 싶기도 했다. 사실 어찌보면 정신병스러운(?) 나의 행동이었는데, 에너지가 넘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사실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주변에 운동하는 사람들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게 좋은 한편 슬펐던 것 같기도 하다.
나 그림그리는 애지! 해서 현타가 왔다.
나는 왜 그렇게 됐는가?
사실 처음 인터벌 트레이닝 할 때에는 그냥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목표가 있었다.
잘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잘 하면 가동범위가 더 잘 나와서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몇 달 정도 하니까 사람들이 잘한다는 말을 많이 할 정도로의 운동을 하게 된 것 같다. 아직 자세가 정돈되지 않은 게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숙지는 될 정도가 된 것 같긴 하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삶도 많이 바뀌었고 몸도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길가다가 번호 물어보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하지만 난 진짜 관심이 없어서 매번 도망다닌다),
사실 그것에 나 혼자서 어느정도 에고가 많이 자랐던 것 같다. 사실 사람은 어떻게 생기든 다 똑같이 사람이다. 특별할 것 없이.
운동하면서 내가 제일 싫어했던 말 중 하나가, 어디가 예뻐지고 싶어서 이 운동을 한다. 뭐 대략 이런 것이었다. 나는 그런 말이 운동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는 그냥 재미있게 하면 살 빠지고 식단은 그냥 건강하게 먹으면 사실 그게 식단이 아니고야 무엇이겠는가.
굳이 왜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식단하고 운동하고 살 빼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많이 했고, 식단도 좋아해서 건강하게 먹으니 살이 빠졌다. 유산소 위주로 하니 체지방이 많이 빠졌고, 이전에는 몸매가 예쁘단 소리를 많이 못 들었었는데 이제는 몸이 멋지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 때 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워낙 군살이 잘 안 보이는 타입이어서 사람들이 나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적당히 날씬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나는 군살이 좀 있는 체형이었다.
그래서 몸에 대하여 자신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몸에 대하여 칭찬을 많이 받았던 나날들이었다.
살 빠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딱히 그런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그냥 운동을 좋아헀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살은 계속 빼고 싶었는데, 살을 빼면 유산소 운동하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체지방은 계속 빼고 있었다. 어느정도 제일 많이 체지방이 줄어들었을 때에는 사람들이 밥 좀 많이 먹으라는 소리를 했다. 나는 힘이 넘쳐나고 밥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살이 빠졌다. 아무래도 영양소 좋고 칼로리 낮은 것들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외모 평가도 많이 받고, 번호도 많이 따이고, 어느 행사나 파티를 가더라도 남자건 여자건 나에게 많이 붙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있어왔던 일이어서 그렇게 낯설진 않았지만, 이런 나의 건 어느날 이런 관심들은 소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항상 있어서 이것에 딱히 기고만장 하지도 않고 내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나의 일부 중 하나인 겉모습 뿐이라는 생각을 해 와서 딱히 나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진짜 이상할 정도로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관심을 많이 받아서 어느 순간 나는 좀 분위기에 휩쓸린 것 같다.
혼자서 운동하다가 흥분해서 엄청 하다가,
잘한다는 이야기 들으니 또 남의 시선 의식 어느정도 하면서 운동량이 늘어나고
한 타임 할 걸 두 타임 하고, 또 그러니 배고파서 많이 먹게 되고,
어느정도 양을 조절하긴 해도,
서서히 칼로리를 늘려도 살이 찌지 않는 나를 보니,
맛있는 걸 많이 먹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겨서
밥 양은 더 많아지고, 영양소 충분치 않은 가공식품도 많이 먹게 되고, 또 운동량이 늘어나고,
그러다가 알게 된 사람들 중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폭식증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실 폭식증 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 한 끼를 조금 많이 먹는 정도?
그러다가 그분들과 이야기 하고, 몸매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들과도 이야기해보니 내 마음까지 싱숭생숭해졌다.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고 그 분들이랑 하는 이야기가 그런 것들 밖에 없으니
어느 순간 나도 물들어서 내 몸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쓰고 몸무게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음식에도, 운동에도 약간의 강박이 생겼었던 것 같다.
살이 조금이라도 찌면 극도로 싫어했다.
어느 순간 라이프 체인징이 라이프 체인징이 되어서 내가 약간 망가졌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많이 포기했다. 일주일 동안 쉬어봤는데 살이 안 쪘다.
다른 지점에서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다른 운동을 해 보기도 했다.
많은 것들이 무섭기도 했는데, 겪어보니 내가 그림과 한 번 멀어졌던 그 시기가 떠올랐던 것 같다. 더 가족같아지려고 이런 과정을 겪는구나 싶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서 나는 왜 운동을 하는가?
사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제일 컸고,
나는 그냥 퍼포머로써 움직이고 싶었다. 그 욕구가 가장 컸다.
그런데 운동이 기반이 되어서 나는 어느 순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거였다. 몸매도 아니고 인기도 아니고 그냥 난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나는 나의 자의적인 것이 아닌 타의적인 무언가로 움직이고 있었다.
몸은 운동을 그만 하라고 나에게 신호를 주었다.
가끔은 무릎이 아팠고 가끔은 어깨가 아팠다.
그래도 그냥 어느정도 감수하고 했다. 물론 운동하면서 몸의 움직임이나 느낌들에 엄청나게 집중해서 안전하게 하려고 항상 노력은 했지만,
워낙 활동량이 많아서 다리에 쥐도 많이 났다. 그냥 조금 쉬면 될 것을 말이다.
극도로 도파민이 분비가 되어서, 죽을 것 같이 힘들지 않으면 운동 한 것 같지가 않아서 더 자극점을 높게 주었다. 정말 위험한 짓이었다.
그리고 주위에 워낙 운동량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것이 당연한 건지 알았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다. 정말 빨리 죽고 싶으면 할 짓이었다.
나는 다 포기하고 그냥 내 정신과 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내 삶을 살고 싶었다. 운동하는 사람들만 내 주변에 놓는 게 아니라 예술하는 친구들이랑 러프하게 소통하고 예쁘게 만나고 싶었다.
남자도 필요 없었다. 나는 딱히 남자를 원하는 편도 아니었고 인기를 바라는 편도 아니었다. 그냥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고, 운동 이야기를 하면서
식습관 강박과 운동 중독에 대하여 소통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고 다 체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탓도 아니고 그냥 나 자신의 문제도 아니고, 이상하게 사회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운동 강박의 소용돌이에서 휩쓸린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걸 다 버렸다.
그리고 나는 굉장히 행복해졌다.
최대한 현재에 존재하고 있는데, 그건 집안일 정리를 하고,
식습관도 고쳤다. 고치니까 바로 고쳐졌는데, 정말로 내가 먹는 걸 원하는가? 물어보니 대부분 원하지 않았다. 난 오히려 소식을 하길 원했다.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는 걸 원하지도 않았고
가공식품을 원하지도 않았다.
자연에서 바로 나온 식품이 제일 좋았다. 그래서 내 몸이 그걸 원했기에 그걸 먹었다.
나는 몸이 커지는 걸 원하는가?
내 몸은 가벼워지길 원했다. 마치 발레리나 같은 그런 가벼운 몸을 원했다.
내 몸은 자연스러운 근육을 원했고 사실 그런 외적인 측면 자체에 대하여 염두해 두지도 않았다.
내 몸은 죽도록 운동하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냥 하루에 한 타임 정도를 사리면서 하는 걸 원했다.
내 몸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걸 원하지 않았고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충분한 내 몸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은 예쁘고 건강하게 먹는 걸 원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정성껏 집중해서 먹는 걸 원했다.
내 몸은 음식에 많은 소비를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하루에 한끼를 그렇게 토핑 추가해서 먹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내 몸은 불안해 하지 않았다.
내 몸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내 몸은 예술을 원했다.
내 몸은 지금 이 순간을 살기를 원했다.
내 몸은 다 괜찮다고 말했다.
내 몸은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
모든 걸 다 흘려보냈다. 내가 아닌 것들을 다 제거했고 다 비워냈다.
그랬더니 후러씬 더 풍만해졌다.
내 몸은 내가 쓸데없는 관심과 쓸데없는 가십거리로 오르락 거리길 원하지 않았고,
그냥 나 자신으로 존재하길 원했다.
자연스러운 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