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있다. 생각도 버리고 물건도 버리고 음식도 안 먹어도 되는 것들을 안 먹고 내가 먹고싶은 만큼 배부르지 않게 몸이 원하는 정도로만 먹고 나에게 맞추는 소비를 하고 있다.
손이 큰 편인 것 같아서 그냥 이것저것 챙겨두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무엇이든 많이 했었는데, 사실 솔직히 말해서 성격 자체는 미니멀한 걸 좋아하는데, 몇년 전에 생긴 쿨하게 소비하는 습관(?) 때문에 음식 지출이 정말 컸다.
아낀다기 보다는 그냥 적당하게 나에게 맞추어서 생활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것, 어쩌면 소탈할 수도 있는데, 본인에게 맞는다는 게 소탈한 삶의 영역일 수도 있고 혹은 큰 소비의 영역일 수도 있는데 그건 시기에 따라서 다른 것 같다.
시간 또한 소비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존재하려고 한다.
그러니 마음이 편하고 무언가 행동하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힘껏 존재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이 하찮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잘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날 내향적으로 보고 누군가는 날 극단적으로 외향적으로 보는데 난 그냥 나를 정의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그냥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인연들끼리 존재의 사랑을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건 어떠한 조건이나 이유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그러고싶을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연인도 아니고 가족이라는 이름도 아닌, 아무런 이유없이 사랑하는 게 제일 좋다. 그러면 이유없이 사랑받을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사랑받든 못 받든 내 알 바도(?) 아니게 된다. 왜냐하면 그냥 내가 사랑하면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있어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데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비워내면 중요한 것들은 알아서 남는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도 인간은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나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가까이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울 때 채워지는 것들이 많다. 만족도도 크고, 무엇 하나 취하려 할 때 그것이 진심으로 가치있고 감사하게 된다. 감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말끔하게 정돈 된 상태에서 무엇 하나 신중하게 취할 때,
그것이 건강하고 내 삶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면 그것이 그리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다. 여전히 배울 점 많은 나 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완벽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순간을 매번 만족해야지 더 큰 발전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두려움도 있지만, 그건 인간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내 표정이 밝을 때 남들 또한 그렇고,
내가 거짓없이 행동할 때 남들 또한 그렇다.
모든 변화하는 것들 사이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수면 위에 손쉽게 보이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요즘 나의 삶의 방향 중 하나인 것 같다. 미래를 예언하려고 직감을 곤두세우기 보다는,
모든 선택들은 알아서 진행되고, 나는 그냥 이 순간을 바라보고 나의 젊은 날을 음미한다는 것이 나의 일 같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모르겠는 애송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움이 즐겁다.
배우기 위하여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랑받기 위해서 착해지는 것도 아닌,
삶 자체에 있는 특질 중 하나가 배움이고, 착해질 필요 없이 그저 우리는 원래 선한 존재임을, 하지만 겉치레에 눈이 멀면 그 선함이 불필요한 요소들로 뒤덮여 버린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많은 허상들이 있다는 게 조금은(아니 많이) 슬프다. 모든 것들을 취하더라도 결국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면 그 모든 건 소용없어진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시나리오같이 소중하기도 하다. 내가 언제 이 삶을 누려볼까. 아무리 허상같은 삶이라도 내가 어떻게 이 삶을 가질 수나 있을까? 그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내가 집착하고 집요해질 만큼 이 삶이라는 상황이 그리 중요할까? 맞으면서도 아니고, 아니면서도 맞다.
여하튼 난 요즘에 사랑하려고 한다.
억지로 고마워 하려고 하지도 않으려 하고,
그냥 마음이 느껴지는대로 고맙고 싶다.
미우면 미워하고 싶고, 아프면 아파하고 싶다. 아픈데 어떻게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흘러가고 변화하는 삶 속에서 스스로 느끼기에 번지르르한 거짓을 걷어내고 싶다. 나는 멋진 사람이지만 굳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멋져지려고 하고싶지도 않고, 나는 추하고 보잘껏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난 멋지면서도 동시에 보잘껏없다. 어쩌면 아직도 애송이이다.
그런데 그러한 측면들이 그저 있는 그대로 스스로의 성격으로 자리잡혀서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프면 아파하면 되고 기쁘면 기뻐하면 된다. 사랑하면 사랑하면 되고 싫어하면 싫어하면 된다.
그래도 난 내 존재를 다 해서 살아가고 싶다.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지도 않고, 거짓된 예쁜 언어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요즘엔 버리고 있다. 그게 재밌으면서도 고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