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인연에 대해서 생각을 거의 안 하는 요즘에는, 남자나 연애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에 더 몰두하고 작업이나 기타 등등 배움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문득 나의 5년 전이 생각이 났는데,
살면서 제일 예쁘면서도 영화같았던 만남이었던 것 같다. 항상 웃는 오빠였는데,
어쩌다 우연히 파리에서 만나게 되어 서로의 이상형도 아닌데, 퐁피두 센터에서 같이 프란시스 베이컨 작품을 보다가 동시에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확정되었을 때 만났던 사람이라서 어차피 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만났고, 이상하게도 오빠의 짐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인데 왜 마음 한 편에 무거운 게 있지? 하면서 바라봤던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이제 그 오빠의 나이가 되었다. 그 때의 내 나이의 사람도 만나보기도 하니
오빠가 너무 이해가 된다. 언제나 웃으면서 나한테 헛소리 했던 똑똑하고 착하고 감각적인 사람이었는데,
짐승과도 같은(?) 나의 감각은 무의식적으로 오빠의 많은 고민들을 느꼈던 것 같다.
나이라는 건 상대적이지만
나나 한 개인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다.
어쩌면 생이 끝날 때 까지 어린아이가 우리와 함께 공존하겠지만
본인의 인생에 진지한 사람의 하루하루 일년 일년은
엄청난 성장과 큰 변화가 있다.
하지만 그 변화들에 대해서 밀도감이 생기는 한편
많은 일들을 다 말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도 어찌보면 삶의 밀도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가끔은 조용하고 고요하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것 또한 성숙인 것 같다.
여하튼 그 때의 우리가 서로 사랑했다는 게 정말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