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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Aug 01. 2024

나 근데 되게 행복했다.

박하리, 작업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친척동생 집에 가서 자고왔는데, 나에게 있어서 그게 나의 기쁨이었던 것 같다. 그 집은 진짜 가족같았다.


   지수가 장미빌라에 살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만화책이 있었는데, 나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지만(여전히)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쿠가 나를 지켜줄 것만 같아서 수십번이고 다시 봤던 것 같다. 어쩌면 그로테스크 한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는데, 그런 스토리 하나하나가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많이 와닿았다.


   스토리를 많이 잊어버렸지만, 결국에 주체성을 되찾은 치히로였던 스토리였던 것 같은데(다시 봐야 겠다), 지금 나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와닿는 게 많다.


   최근에 나는 파도타기를 꽤 수월하게 하고 있다. 항상 목표설정을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될 거 같은데도 막혀있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사실 그 막힘이 나에게 정말 많이 유익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고난과 부정성을 겪어봐야 그 반대의 것들을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 나는 겸허하게 되려고 노력하고, 나의 마르지 않는 열정이 가끔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열린 꿈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욕심이 없는데 열정이 가득해서 되게 건강한 목표 실현을 하는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만 같은데, 그게 스스로를 지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든든하고 나 자신이 힘이 있음을, 이제야 느끼는 것 같다. 정말 이제야. 이걸 깨닫는데까지만 수십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내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만 같다. 수동적인 방향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나는 주체성을 가지고, 동시에 삶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서 삶에 항복하는 삶을 꿈꿨던 것이다. 주체적이면서도 엎드려서 항복할 수 있는 그 모순된 지점이 재미있다.


   최근에는 연기하는 분이랑 무용수 안무가님과 같이 작품을 짰는데, 어린아이들이 주가 되는 공연이다보니 그 측에서 절대 소리지르지 말라고 ㅋㅋㅋ 신신 당부를 받아서 작품도 아이들 선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짜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나 행복해서 영상을 수도없이 돌려봤다.


   처음 영상편집을 시도했을 때, 야외에서 드로잉 하고 무용하는 언니랑 춤췄는데 그걸 편집하고 나서 그게 그렇게 좋고 행복해서 수십번도 넘게 돌려봤다. 나 여전히 센과 치히로를 사랑하는 것 처럼 다른 창작하는 행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너무 사랑해서 그냥 그것에 항복하고 하인이 되어서 기여하기로 결심한 뒤로 갈증이 풀리고 속이 시원하다.


   나 일단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 소중한 것들을 소중함 그 자체로 바라보고 그 이상 욕심내지 않으면서 그릇을 넓혀가면서 감사하면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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