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허상들

by hari

요즘에 제일 많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나 왜 살지? 이다.


삶이란 게 너무 허무하게 한 순간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어차피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오르다가 결국에는 죽는 건데 우리는 왜 이렇게 노력할까 싶었다.


그런데 난 정말 축복받은 사람인게 무엇인가 하나를 하고자 하면 그 즉시 무언가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즉시 그 사람을 사랑하고

누군가와 사랑하면 제일 직선적인 방식을 거짓없이 하는 걸 사랑하고

이런 솔직한 성격들 때문에 결국에 티발롬(?) 소리를 많이 듣긴 하나 결코 누군갈 속이려 하진 않는 마음 때문인지 인복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나도 내가 왜 사는 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사는 건 좋다.


전 남자친구가 나에게 자주 했던 말이,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였는데

오빠는 정말로 나에게 최선을 다해줬기에, 저번에 도영이 만났을 때에도 둘이 잘 어울렸었는데 헤어진 게 아깝다고 했다.

나도 내 인생에서 어쩌면 너무 동떨어지고 갑작스러운 사람이었어서 찰나의 순간 스쳐지나간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빠랑 만났을 때 내가 하고싶은 연애의 방식이고 그냥 보통 연인처럼 시시콜콜하게 사귀었던 그 안정감도 좋았고 만나서 매일 하는 헛소리도 좋았고 서로의 단점을 다 알아서 불같이 싸워도 사랑한다는 소리 하나만으로 각자가 화가 났던 게 무력해지는 그 순간도 아주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나는 우습게도 남녀간의 사랑을 그리 크게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오빠와 나는 그 때 당시에 서로가 필요했던 인연이었고 필요가 다 하자 떠났던 것 뿐인 것 같기에 미련도 없고 미움도 없고 아픔도 없이 시간이 천천히 그리고 빨리 흐른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엄청 고맙다.


사람 사는 게 그냥 단순히 그런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그 감흥을 느낀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 남녀간 찰나의 들끓는 그런 감정 말고,

너무 깊고 평범해서 언제나 평화롭고 평온하게, “그냥 좋아.”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감상적이지 않은 그런 관계. 나는 그런 관계가 진짜로 너무 깊기 때문에 그 한 마디만이 다 담을 수 있는 언어라고 믿는다.


너무 들뜸없이 그냥 온전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연인간의 사랑을 믿진 않는 것 같다.

단지 인간 본연의 사랑을 믿는다.

누군가를 위해준 만큼 사랑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사랑받을 마땅한 사람인가?

언제나 그렇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더라도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그러한 실제적 사실을 깨달으면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필요가 없이 자유롭다. 이미 내가 가진 게 사랑이기 때문이다.


난 그냥 사랑해서 산다. 허무맹랑한 그 이유가 날 언제나 살아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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