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가끔 나는 집에 있음에도 집에 가고싶은, 엄마랑 있는데도 엄마가 보고싶은 쌔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이 기분은 숨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지만, 갑자기 세상 모든게 낯설게 느껴지면서 살갗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소름돋음, 뱃속부터 울렁이며 올라오는 쌔한 느낌 정도로 그나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온기를 찾아 그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싶은 본능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줄 알았으나, 친구랑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 타인도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기분은 언제 찾아오는지도 예측이 불가능해서 어느날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다.
어릴적엔 더 많이 자주 느꼈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부터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 현저히 줄었다.
그러다가도 가끔, 아주 오랜만에 그 기분이 찾아오는 순간에는 어릴적 생각이 많이 났던것 같다.
엄마가 없이는 잠도 못자던, 새로운 곳에 놓여지면 잔뜩 움츠러 들던 아주 아가였던 시절에는 익숙한 품의 온기를 찾아 보호받고자 하는 본능이 더 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말은 내가 이 세상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는 영역이 넓어져 나만의 안전지대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독립적인 한 성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의 반증 아닐까 싶기도하다.
아무튼 그럼에도 가끔가다 그런 기분이 확 덮쳐올 때가 있는데, 그때 도움이 되는 것이 나만의 안전지대 인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지대’는 장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경계 없이 그 어떤 요소도 될 수 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진 성인이 된 지금은 어리광을 부릴 수도, 갑자기 집에 가버릴 수도, 엄마를 보러 갈 수 도 없거니와 어릴적의 안전지대에서 더이상 우리는 그만큼의 안전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나에게 꼭 맞는 안전지대를 찾아두는 것이 좋다.
전에 향수업을 들을 때 한 수강생 분께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향을 맡고서 따뜻한 차를 마실때의 향이 생각 났는데 그러면 어디에 있든 안전한 느낌이 든다고했다.
그 순간 만큼은, 차의 향과 온기가 둘러 진 공간 만큼은 자신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금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그 온기가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며 들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안전하다 느끼게 되는 순간의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별것 아닌 차 한잔이 주는 온기와 포근함. 그게 내 마음을 지켜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안전지대’를 주제로 향을 만들어 보고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그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이라 누군가에게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향이 될 수 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안전지대를 향으로 잘 표현해 낸다면 엄청 사랑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여행을 갈 때도 향을 꼭 들고가는데 잠이 안올때(거의 그런일은 잘 없지만) 향수를 뿌리고 냄새를 찬찬히 맡다보면 익숙함과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이게 향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 뿐만 아니라 일상 속 내가 적응하기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지 않을까? 향은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니까.
내가 느끼는 안전함의 요소를 잘 알게 되는건 나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
어릴적 나를 달래주던 보호자의 역할을 내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홀로 단단히 선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또 한가지 글을 쓰며 떠오르는 마음은, 내 스스로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전지대로 존재해주고 싶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