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
어제 하리랑 촬영할 때 쓸 꽃을 사러 새벽 꽃시장에 갔을 때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밤 시간에는 꽃시장이 가장 핫플 인 것 처럼 만차라서 차 댈 곳을 찾아 한참 돌았다.
꽃시장을 낮에 가봤는데 그땐 사람도 별로 없고 상점 문도 거의 다 닫고 정리하는 분위기라서 은근 축 쳐진 분위기였기에 밤 꽃시장을 꼭 가보고 싶었다.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원했던 나는 꽉 찬 주차장을 보고 말로는 여기 사람 엄청 많은가봐, 주차를 어디에 해야해, 라는 둥 불평 섞인 말을 했지만 사실 그 때 부터 뭔가 두근두근 하고 설레는 감정이 올라왔다.
고속터미널 건물 1층은 터미널이고 3층이 꽃시장인데 1층까지 꽃향기가 퍼져서 가득 차 있었다. 3층 문을 연 순간 다른 세상에 온 것 처럼 사람들이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굉장히 치열해보였다. 우린 가장 처음 마주친 꽃과 동시에 이게 뭐야 너무 예쁘다 라고 말했다. (쿠루쿠마 라는 꽃이었는데 집에 와서 꽃말을 찾아보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구경하고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쓸 꽃을 찾아다녔는데 그 수 많은 꽃들 중에 갑자기 누군가 “어!” 하면 다른 한명이 ”이거 어때?“ 하는 등 동시에 ”저거 이쁘다!” 하고 둘이 공통적으로 겹치는게 신기했고 덕분에 어려움 없이 고를 수 있었다.
둘다 엄청 피곤한 상태라서 하품을 하면서도 ‘너무 피곤하다 근데 저기 좀 더 보자, 저쪽으로도 가보자’ 하면서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아마 우리 둘 다 똑같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다. 그리고 서로 오늘 너무 이상하고 행복한 날이라는 말을 했다.
돌아보면 여행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행복하다는 마음과 생각은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낸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쁘다, 기분좋다, 라는 말은 자주 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과는 다른 느낌, 다른 힘을 주는데 어제 말고 또 행복하다 라는 말을 뱉었을 때는 밤에 한강에서 러닝을 하고 바람을 맞으며 치킨과 라면을 먹었을 때다. 러닝을 한 소용이 없기도 하고 뭔가 안어울리고 웃긴 것 같기도 하지만 와 이런게 행복이지 ! 라고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건강해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고민 없이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것도, 한강에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행복함이 확 불어왔다. 행복하다고 말을 뱉으니 행복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갖고 싶던걸 사거나, 그 동안 고대하던걸 이뤄내거나, 큰 일이 잘 끝났을 때도 물론 행복하지만 사실 나에게 그런건 잠깐의 행복인 것 같다. 행복이라기보단 기쁨에 더 가까운 것 같고, 오히려 위와 같이 흔히들 말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기억과 마음에 오래 남고 그 장면이 머릿속에 사진 처럼 그 장면이 각인이 된다. 여행을 갈 때 특히 행복하다 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위에 두 날은 왠지 일상 속에서의 여행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