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홀린 듯.

by hari

누군가의 곁에 있으면 그 사람의 세상에 들어갔다가 나와야 한다. 그건 마치 누군가에게 홀려있는 거 같다. 특히나 그 사람의 세상이 너무나 강하면!


나도 나의 세상이 너무나 강한 편인데,

이번 년도는 내가 그간 만들어 놓았던 것들을 산산조각내는 한해였다. 그 과정은 너무나 필요한 거여서 나에게 불필요하거나 혹은 중요치 않은 것들은 나에게서 멀어졌고 나는 허전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 했다.


스스로의 길을 간다는 건 정말 외로운 길이다.

집중도 잘 해야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수도없이 넘어지는 중이고 언제까지 그래야하는 지도 모르겠어서 종종 슬프기도 하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전시를 다시 보다가,

나는 이불작가님이나 올라퍼엘리아슨 작가님처럼 거대한 설치미술을 하고싶다는 게 내 최종 목표였지 하는 것이 스쳐지나갔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움직임에 더 관심이 많아서 그것을 통한 작업에 더 몰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


설치미술은 나중의 내가 결정할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정말 중요한 건 창작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창작하는 사람으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발현시키고 어떠한 압박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나 스스로 길을 만들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부족함 없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여러가지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오히려 그 일들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ㅋㅋㅋ 오히려 그 일들로 길이 너무 많이 뚫렸다.


너무나 뿌듯하고 너무나 좋았고 성취감도 많았다. 내가 창작하는 것 말고도 다른 것들로 이루어낸 것들도 내 힘이자 자산이 되어서 성취감이 컸고 나는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잘 할 거라고 자신이 있었고 적응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수용을 하지 못하겠는 슬픔이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내가 그간 벌려놓았던 기회 중 하나를 오늘 거절했다.

사실 그걸로 추후에 사업을 해도 되지만,

문득 나의 길을 다시 되돌아 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물론 그것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요령도 있으니 잘할 자신이 너무 있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이지만 사랑하진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할 때 생각이 문득 나는 건 난 내 미래가 불확실해도 그냥 내가 진짜로 하고싶은 걸 내가 택해서 하는 게 좋다고 느꼈던 거 같다.

그건 아무리 수용하려고 해도 수용이 잘 되지 않는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 이상의 것은 아닌 거 같다. 결국 나는 나 스스로 창작하는 게 훨씬 좋다.


물론 그 일이 나에게 큰 안정감을 주고, 견고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를 넘어오면 안 된다.

그 이상으로 내 생활을 침범하면 나는 항상 너무나 슬픈 것 같다.

안정을 주지만 뚜렷하게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결정짓기도 해서,

나는 다른 기획도 할 수 있고 창작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걸 불가능하게 하려고 내 옆에서 이간질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아니다.

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슬펐지만 그 안정감을 깨고

견고함 위에서 서서히 모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무모함의 모험이 아니라 견고하고 준비되어 있는 모험은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래서 크게 버려야 크게 얻을 수 있다.

거기에서의 자유와 안정은 공존할 수 있다.

대신 모험을 해야 한다.

낡은 걸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하고,

본인의 일정 부분을 감내해야하는 도전도 해야한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그냥 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