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가능성에 대한 작업을 한다.
결과 위주의 우등생같은 삶을 살다가, 너무 답답해서 엄청난 자유로 물든 20대 초반을 살았는데, 그 때 이후로 과정을 많이 중시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결과에 치중했던 나를 반성하며 대체 내가 몰입했던 순간이 언제였나, 고민해보면 반성밖에 할 말이 없다. 나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썼던 거 같다.
하고싶은 건 있지만 그만큼의 몰입과 몰두를 안 하고 바라기만 한 것 같아서, 그게 정말로 최선이었는가? 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나라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았고, 추석 연휴 내내 하루에 7-8시간동안 초시계를 켜놓고 그림만 그렸는데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완전한 고요를 경험하기도 하고 슬픔을 경험하기도 하고 행복감과 기쁨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몰입 속에서 살아있었고,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그것 자체로 너무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스레 흐르게 놔 두었는데, 그 속에서 나는 생생히 살아있었다. 돈 주고도 못 살 감각이었기에, 그
모든 경험에 감사했던 연휴였다.
나를 기쁘게 했던 대상과 힘들게 했던 대상들이 교차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안을 들여다 보려고 하고 그
속에서 많은 반성도 했다. 결국 상대는 나를 투영해서 바라볼 수 있는 매개이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큰 것들에 자꾸만 도전하고 있다. 이번년도에는 계속되는 실패가 있었는데(사실 성공도 많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더이상 그곳에 내 길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미련 없이 그것들을 버리고 갔어야 했는데 미련맞게 행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 당시에 의미가 있기에 후회되는 선택은 없었다. 결국 아프더라도 모든 인연에 감사했고 모든 선택에 감사했고, 나는 언제나 노력 아닌 노력을 했다.
다시 쉽지 않은 어려운 길을 택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고난들이 떠올랐고, 결국 그걸 너무나도 겪고 싶지 않는 마음에 했던 쉬운 선택지 끝에서 나는 그 길을 뿌리치고 다시 쉽지 않은 도전지로 뛰어갈 이상한 아이임을 직감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어려운 길을 택했다.
사실 많이 무섭기도 하고, 내가 지닌 많은 것들을 버리는 게 아깝기도 하고,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그 순간들을 겪어야만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슬프기도 했고 생생히 행복하기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인생의 어떠한 고난이 들이닥쳤을 때 아프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서 내 안에 있는 깊은 펜듈럼을 빼내고 그 뻥 뚫린 공간을 치유해 나갔다. 모든 상황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나에게 여전히 꿈이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계속해서 찌르는데, 그게 여간 큰 꿈이 아니기에 그곳에 도달하는 여정이 얼마나 길 지 감도 안 온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지금 당장 이루어진 것 만큼 생생하기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은 채 그냥 한 걸음씩 마음을 비우고 행하고 있다. 어디서 무얼 하든
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그냥 스스로의 인생을 살면 된다. 온전히 몰입하고 몰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