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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바라보는 것. 너를, 나를, 우리를.
사랑은 고치지 않고 변화시키는 것.
흠 속에서 완전함을 바라보아
이로운 방향으로 서서히 인도시키는 것.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고,
먼저 나서서 행동하는 것.
모범이 되는 것.
따라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따라오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
스스로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때에
더이상 길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
고난을 주는 것.
그 속에서 스스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아껴주고, 기다려주는 것.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는 것.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놓아주는 것.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그 자리에 뿌리깊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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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물 세살때, 어릴 때의 꿈.
그림에 둘러쌓여 그림만 그리다가,
엄청 큰 책장이 있는 방에서 시를 엄청 많이 읽는 삶.
이태원에 있을 때, 나의 작은 책장을 보면서 나중에 더 커서는 엄청 큰 서재를 가져야겠다는 꿈을 꿨다.
되돌아보면 소박한 꿈이지만,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보석같은 꿈인데,
어릴 때의 그 마음이 다시 되돌아와서, 여전히 내 꿈이 그런가 물으면 여전히 그렇다.
진짜 나는 바라는 게 그거여서, 그 꿈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세상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그 순수한 마음을 지킨다는 건, 많은 물질적인 것들을 갖는 것 보다 더 어렵고 값비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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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내 친구였을 때,
건대에 있는 어떤 공방을 무작정 들어갔다.
그곳이 궁금했는데 겁도 없이 들어가서 대표님이랑 얘기를 나눴다(이렇게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심).
그러다가 내가 초상화를 그려드렸는데,
답례로 독일 연필깎이를 받았다.
난 여전히 그 연필깎이로만 연필을 깎는다.
스물 한 살 때, 처음 전시 기획 큐레이터를 했는데,
그 때 같이 일했던 언니가 생일선물로 황금색 공방 연필깍지를 줬다. 처음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 연필깎이만 쓴다.
회화과에 들어갔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생각이었는데,
세상이 나에게 언제나 원하는 건 그림을 계속 그리라는 주문이었다. 내가 언제든 되돌아올 거 같지 않는 길을 걸어갈 때마다 그림이 나를 잡았다. 그림은 날 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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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행위에 있는 것 같다.
꿈 중에 대다수가 무언갈 갖고싶다는 건 거의 없다. 소유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대신 행위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다. 어디에 가서 무얼 하고 싶은지, 무얼 배우고싶은지가 분명하다. 예전부터 전자음악을 배우고 싶었는데,
언젠간 꼭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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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요가를 잘 안 하는데(땀이 뻘뻘 흘리는 서킷 아닌 이상 집에서는 안 하고싶어하는 거 같다.)
움직이는 명상을 하자! 라고 생각하니 하니까 좋다. 오히려 시간을 써서 하니 몸에 에너지가 돌아서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은 머리서기를 할 때, 심호흡에 더 집중해서 일단 상체의 중심을 다 잡는 다음에 올라가니까 훨씬 잘 됐다. 조금씩 감이 잡힌다. 오늘 아쉬탕가를 할 때에는 숨에 더 집중했다. 너무 좋은 명상을 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