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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Mar 24. 2018

작은 어항에 금을 내는 물고기처럼 – 레이디 버드

*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본 뒤 작성한 글입니다.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 있습니다. 




   다들 안 된다고 해, 잔디를 밟지 마!     


   나는 가끔 내가 보는 ‘어른’이라는 존재에서 작은 아이를 발견한다. 시무룩 하거나 포부로 가득 찬, 장난감 칼을 오른 손에 쥐고 그 칼을 높이 들며, 동그란 안경을 쓰고 귀여운 보조개를 달고 있는 그런 아이가 보인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치이고 또 다른 아이들은 서로에게 치이고 서로서로 보이지 않는 막을 들이댄다. 그것의 이름은 ‘안 돼!’ 이다. 

   사실 누구든 인생의 종말을 겪고 돌아온 이는 없으므로 누군가에 대하여 가치평가 하거나 누군가의 삶에 강요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한계를 말하곤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굉장히 직선적이고 소신껏 사는 캐릭터이므로 자신이 사는 새크라멘토라는 어항 속을 깨부수고 나와 새로운 이상을 꿈꾼다. 

   그녀는 먼 곳의 사랑을 바라고 먼 곳의 꿈을 꾸며 먼 곳의 환상을 짊어진다. 먼 곳에 가면 자신이 잔디를 밟아도 마냥 반짝거릴 것이라는 갈망에 그녀는 떠날 채비를 한다. 그리고 몇 번이고 자신의 어항을 머리로 박는다. 금이 간다. 서서히 물이 빠지고 금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어항은 깨졌다. 자신이 지은 이름인 ‘레이디 버드’라는 명칭은 더욱 드높은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등을 보니 날개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자신의 부모님이 지어주신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 간단하게 끝이 나 버린 결말은 마치 이 영화의 결말자체가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는 각자의 어항 속에서 살고 있고 이상을 찾아 그 어항을 나가길 희망하곤 한다. 하지만, 그 어항 속에 나와 보니 또 다른 어항 속에 자신이 위치해 있다. 

   어떠한 위치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우리 안에 꿈틀거리는, 보이지 않는 날개라는 생각을 한다. 

   레이디버드는 아마 새로운 어항 속에서 또다시 자신의 날개의 움직임에 따라 힘차게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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