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반짝이는 물은 예민하게 진동한다 아닌 척 시치미를 떼지만 흰 벽의 기억을 그리워하는 여러 가지 벽들은 고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소중한 사람과 기대어 책을 읽거나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지르거나 우울을 즐기며 추억을 갉아먹는 것들
익숙해진 습관들은 더 익숙해져서 더 이상 슬픔조차 흘리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는 기억이라면 씹고씹고씹어서 어딘가에 잘 모셔두어야지
언젠가는 감각을 통해 살아날 때만 꺼내야지
다만
나의 슬픔들이 떨어뜨린 먼지들이 안타까워 멍하니 허공을 쳐다본다 그 먼지 속에는 나의 기억이 있다 타인의 외형은 기억나질 않는다 단지 만들어진 기억을 곱씹는 것 같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부정도
긍정도
아닌
이곳에 없는 감정을 느끼는,
도화지 같은 흰 벽돌이 나를 무참히 삼켜버린다
그것에 도취하여 가만히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