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by hari

나는 참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 축복받은 사람이다.

나는 엄청 민감하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들이 어쩔 때는 너무 초월적으로 느껴져서 이상할 정도이다. 오늘도 그랬다.

그것이 너무 커다래 지면 내 속이 견디지 못해한다. 오늘은 작업실에 있다가 무서운 기운을 느꼈고, 그 기운을 회피하고 싶지 않아 계속 마음속으로 싸우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이 험난했다. 공황장애가 조금씩 올라왔는데, 사람들을 구경하며 괜찮다고 나 스스로를 타일렀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안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서 꽉 껴안고 있었는데 엄청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생명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그 기운으로 서로를 구해주고 사랑해준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이건 다들 소중하다.

그 집 근처에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체리 모양의 카페이다. 그곳에 이전에 친구랑 같이 가고싶어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 카페가 있어서 심장이 헉, 했다. 다음에 꼭 가야겠다.

집에 가는 길에 전남친을 마주쳤다. 기분이 참 묘했고, 현재라는 순간 속에서 진득히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아는 분이 선물해준 시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쓴 시를 벽에 붙어놓았다.

시는 세상을 신비롭게 바라본다. 허구의 것 같지만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진실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신비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선물해드리고 싶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말라


-더글라스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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