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타르타, 그날의 분위기

by hari

에타르타. 사진 한 장만으로도 꼭 가야만 하는 기분이 들었다. 파리에서 왕복 6시간의 먼 거리였지만 꼭 가야한다는 그 다짐 하나만으로, 새벽 6시에 일어나 출발했다. 동양인은 나뿐이었으며,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버스에 탔고, 문득문득 깰 때마다의 바깥 풍경들은 너무 숭고하여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져온 양산으로 비를 피해볼 요령이었지만, 몸이 젖고 있어 그저 비를 맞으며 다녔다.


그러다 문득 웃음과 눈이 아름다운 프랑스인을 마주쳤다. 짧은 대화를 나누며 에타르타의 바닷가 언덕을 올랐다. 천사같이 맑은 눈에, 처음 본 인종도 다른 그에게 신뢰를 주었다. 그리고 그의 차에 탔다.


은연중에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에타르타 옆의 옹플뢰르였다. 바닷가 마을이었다. 그곳을 그의 차를 타고 떠났다.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그의 눈이 너무 선하고 아름다웠기에 넋놓고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고양이 같다고 했다. 나는 '야옹' 이라며 장난을 쳤는데, 이곳에서는 '미야옹'이라고 말하나보다.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가 내 입술 옆에 키스를 하기에 너무나 놀랐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키스하진 않는다고 말하긴 했는데 어찌보면 나도 상대에게 갑자기 스킨십을 하는 아이였다. 그냥 놀란 것을 문화 핑계를 댔다.


친구가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음에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진한 스킨십을 하기에, 나는 너무 놀라서 얼어붙은 것 같기도 했다.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입술 주변에서 담배 냄새가 났고, 머리는 길면서 굉장히 입체적이었고, 코는 너무 높아서 키스를 할 때마다 그의 콧등이 내 코 끝에 자꾸 닿았다.

손톱은 아주 짧고, 뭉뚝하였으며 손바닥의 손금은 아주 연하게 세로로 줄이 쳐 있었다. 목에 점이 많았으며, 두 눈 밑에 점이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웃을 때 볼까지 올라가는 찢어진 입술이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었고, 짙은 갈색의 눈동자는 너무나 깊고도 맑아서 계속해서 쳐다보고 싶었다. 속눈썹들도 눈 사이사이에 정교하게 난 풀들 같았다.


나는 이 친구 두명을 만난 덕분에 편안하게 파리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에타르타라는 장소는 사실 그리 많이 기억은 나질 않는다. 기억 남는 것은 그 곳의 파도소리가 소름끼치게 크고, 영혼의 목소리 같았으며, 풀들의 색은 아주 다양했다.

그리고 비가 아주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내가 필연적으로 그곳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마도 이들의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임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벅차게 행복한 하루를 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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