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사는 삶

by hari

어제는 비가 폭풍우치듯 왔다.

어제 집에 나올 때, 굽이 높은 신발이 있었는데 왠지 그걸 꼭 신어야만 할 것 같아 신었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중구 쪽에 일정이 있어서 가야만 하는 상황인데, 거의 살인급으로 내리는 비에 순간순간 엄청난 집중력으로 조심해야만 했다. 넘어져서 미끄러지면 너무 아찔한 순간이 올 것만 같았다.


어제 하루를 계속해서 긴장하고 있어서 고단했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니 고단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나에게는 여전히 감사한 하루였고, 갑자기 닥쳐오는 불안장애가 있는 나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또 어제 하루를 노력했고, 어느정도 극복하였다고 느껴서 나 자신이 기특했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어쩌면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가 어떠한 신의 모습이건, 그가 어떠한 존재이건 우리를 항상 주시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스스로 기르게 해준다고 느껴진다. 정말로 우리의

아버지처럼.


꿈에 어떤 소녀가 나왔다. 천사인지 신인지 모르겠지만, 죽었다고 하지도 않고 살았다고 하지도 않았다. 순수했고 개구쟁이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다리를 타고 있었다. 꿈에서 나의 집은 층층이 길고 멋있는 동화속 집 같았는데, 아버지께서 집 속에 있는 자연을 치우고 시멘트 바닥을 깔고 손님 접대용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그걸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꿈에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사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는 4년이 흘렀다. 11월 말과 12월 1일의 그날이었다. 눈이 내 눈을 가릴 정도로 많이왔고, 그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내가 너무 많이 변화하였다. 항상 내 곁에 따스히 계신다고 느낀다.


천사는 나에게 말했다. 후회가 없냐.

나는 미친듯이 울며 말했다. 너무 큰 후회가 된다. 너무 큰 후회가 된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게,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도 너무 큰 후회가 된다.


신기한 게, 지금 그 꿈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내가 죽기 직전에 천사가 나에게 물은 질문 같았다. 그 꿈의 느낌으로는 나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죽기 직전의 애매한 상태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깨어났다.


조금 두려웠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용기를 내야하는 것이다. 주위의 죽음을 느끼며 나도 언제 죽을 지 예측 불가하다는 기분을 얻는다. 그러기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방금 나는 다시 일어섰다. 두려움으로 살기에는, 이렇게 덤으로 선물받은 내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삶이라는 것을 선물 받은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여러 번 있었다고 느꼈는데, 삶은 나를 계속 극단에서 구해줬다. 나는 스스로 죽음의 문턱으로 가려고 했고 누군가들은 나를 계속해서 살려주었다. 그러기에 더욱 감사한 삶이고 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인연들에게 더 잘해줘야지 생각한다.


많은 것에 너무나 감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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