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paris!

by hari


Mon paris!

어제는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거의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새벽에 깨어나서 토할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다시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은근히 단순한 인간 같다는 점에서 재밌고 고맙다.

어제는 길을 걸으며, 이곳이 과연 프랑스 인가 싶을 정도로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고도 편안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세 번째 방문인 만큼, 관광지를 안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직 많은 나날들이 있어서 그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나아갈까 생각하면서도 차라리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는 것이 낫겠다고 느낀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한글 책도 없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도 없다.

사랑하는 니카. 역마살 들린 주인 만나서 너무 미안하다.
엉만이랑 전시 보러
할머니
사랑하는 지우
사랑하는 성우
시화님
사랑하는 동현이랑
안녕! 보고싶다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처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키와 만났다. 그 사람은 파리 사람이었고, 중국을 너무 좋아해서 다섯 번이나 갔다고 했다. 짐을 찾을 때, 그 사람을 보고 웃었고, 그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항상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서 그분께 프랑스어를 알려주라고 했다. 태양, 파란색, 간단하고 내가 아는 단어들을 나열했고, 그것을 직접 들으니 참 좋았다.

눈이 선한 사람같다.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에너지가 있어서, 선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그 에너지가 보인다. 자칫 잘못된 방향을 택하여 지구를 오염시키는 사람에게도 선이라는 진심이 물론 있지만, 그 사람의 주변 에너지에는 굉장히 낮은 에너지가 흐른다. 우리는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나는 이곳의 냄새가 좋다. 익숙하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렇다. 사실 이 냄새는 어쩌면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일 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익숙하고 편안해서 좋다. 이 도시, 그리고 이 도시가 생긴 방식, 길을 걷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웃는 그 행태.

사람들을 관찰하면 그들은 스마트폰을 그리 많이 하진 않는다. 그점이 좋다.

아침부터 동네 산책을 했다.

이곳은 굉장히 한적한 파리 외곽이다.


이곳에 와서도 나는 자연을 본다, 그리고 꽃을 본다. 자연과 꽃은 항상 웃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볼 때 나도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가 하루종일 싱글 벙글 웃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침부터 파리 식물원에 왔다. 이곳은 그리 유명한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굉장히 사랑스러운 곳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꽃을 발견했다.


델피늄이라는 꽃이었는데, 작년 이맘때 쯤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랑 같이 한남동을 산책하다가 어느 꽃집에서 델피늄을 발견했다. 너무 아름답고 오묘한 색상에,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그 꽃을 지나칠 수가 없었고, 남자친구는 나를 만나기 전에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면서 그 꽃을 선물해 줬다. 내가 행복한 신부가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그리고 경민이를 알게 된 이후, 그 아이가 그 꽃의 이름과 꽃말을 알게 되었다. 델피늄 -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정말 사랑스러운 이름이었다.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한다면, 언젠간 그 꽃을 선물해주고 싶다.

식물원은 참 추웠다. 실은 파리가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쪼그려 앉아서 다섯 살 아이가 된 것 마냥 식물들을 관찰했다.
꽃들은 자세히 보아야 그 자태가 훨씬 더 아름답게 드러난다.




꽃잎은 반짝거리는 펄이 있는데, 그 펄이 태양에 비추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다채로운 자연의 색은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행복을 일깨워 준다. 그 색 속에는 웃음이 숨겨져 있다.


나는 쪼그려 앉아 꽃들을 스케치 했다. 바로 보며 스케치 하니 그 행복감이 말로 못할 정도로 좋았다.


거리를 방랑하며, 내가 좋아하는 파리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나는 파리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창문에 기대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곳에서 어린아이들을 대거로 보았다. 작년에 왔을 때도 이렇게 많이 보진 못했는데, 신의 계시인지 무엇인지 여하튼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한국에 가서 어린아이들 관련된 일을 하라는 것인가,

나는 아이가 좋다. 우리가 버려진 존재가 아니고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이이다.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순수해지고 에너지는 더욱 밝아진다. 아이는 천사다.


파리 현대미술환은 무료이다. 어느 전시랑 비교하지 않아도 이곳은 특유의 세련됨과 깔끔함, 그리고 감각적이다.

나는 보나르 작품을 보러 왔지만, 보나르 작품은 없었다. 보나르 작품은 실제로 보아야 그 진 면모가 보인다.

아이들


대신 다른 작품들을 보았는데, 다소 섹슈얼리티하고 꽤 강렬한 주제의식이 담긴 것 같았다.

실은 이 곳에 온 이유가 사람 때문이었다. 파리가 나를 강력하게 이끌었고, 항상 지표가 있을 때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내가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 나는 여기에 홀려서 왔다.

그리고 이전에 파리에서 내 전시를 맡았던 큐레이터분께 연락이 왔다.

파리로 향하기 3일 전이었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여서 나는 그곳으로 향했고, 내가 좋아하는 공원 앞에서 일기를 쓰며 여유부리다가 정 시각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어떤 프랑스인과 대화를 했는데, 한국어를 대단히 잘하셨다. 문화원에서 배우셨다고 했다. 나에게 파리에서 전시를 해 보았냐고, 다음에 또 하고싶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다. 그분은 내가 소망대로 될 것이라고 답하였다. 그 답을 들을 때 묘했다. 지나친 말이었지만, 내 소망을 확신시키듯 묘한 에너지가 흘렀다.

큐레이터분은 회사에서 나와서 독립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셨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파리에 와서 전시를 기획하고 싶은 소망에 언어를 배우고 이곳에 왔다는 말에 멋있다고 느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내 몰골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는데, 그분은 내가 항상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하셨다. 그 말이 참 신기했다.

길을 걸으면서까지도 나는 웃으려고 했었다. 많이 노력하고, 내 에고의 말을 지나치려고 무시하기도 했고 그 훈련을 일 년 넘게 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웃는 상이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전시, 엄청 섬세한 선들의 흐름이 좋았다.


길가에 있는 꽃들이 나를 웃게 한다.


누군가를 위하여 억지로 기쁘게 하지 않아도, 우리 본질의 기쁨을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 사실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잊고 있더라도 우리의 마음에는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본질적인 기쁨이 있다. 그것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죽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의 방랑기는 너무나 잔잔했다. 깨달은 것은, 장소가 어디이든 그 장소는 단지 환상이고 지표일 뿐이라는 것이다. 장소와 사물, 일, 등은 비어 있는 것들이다. 모든 것들은 사람의 인연이 좌지우지 한다. 그것은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증거이다.

오늘 하루도 당신이 기쁨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파리 성당에서 그린 것
우연히 성당에 들어갔을 때 공연 리허설 중이었다.
삶의 순수한 기쁨을 표현해 보았다.
영혼- 어느 상태에서도 물들지 않은 무한하고 순수한 존재
윤호씨랑 작업한 날
하리 드로잉들

FI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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