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순간이,

by hari

오늘은 꿈을 꾸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왔다.

동현이를 안 만난 지 몇 달이 넘었는데, 그 아이가 꿈에 나왔다. 어김없이 편안한 차림으로 나랑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 생활에서 조금 벗어나서 회사를 가야겠다는 말이었다. 조금 많이(아니 아주 많이) 안 어울렸지만 그 아이는 그렇게 한다고 했다. 자신의 백수 생활이 조금은 힘들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설탕으로 내 얼굴에 장난을 했는데 나는 꺄르르 웃었다. 처음 그 아이와 이태원에서 만나서 순수하면서도 망나니 같이 놀았던 그 때가 기억이 났다. 내 생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웠고 소중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다.

그리고 윤배 오빠도 꿈에 나왔는데 별 건 안 하고 그냥 나오기만 했다. 윤배 오빠도 내가 이태원 살았을 때 알게 된 사람, 그리고 또 같은 동네에서 살았는데 내가 사당으로 이사갈 쯔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윤배오빠는 술에 취했을 때 정말 미친사람(?)처럼 웃겨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혜지가 나왔고, 내가 한 칸을 쓰려고 했는데 엄청 거대 설사가 있어서, 당황해서 혜지한테 "누가 똥을 폭발시켰나봐!!" 라고 말하면서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내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깼다. 결론은 엄청 좋은 꿈이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외부적인 조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선택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기쁨과 유쾌함, 즐거움과 사랑을 선택했고, 계속 그 방향으로 살고 있다. 요즘에는 개그 욕심이 생겨서 친구들에게 조금 혼나지만, 그래도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걸 보며 좋다고 느낀다. 그리고 감사하다. 참 이렇게 진지충인 나같은 사람도 없었는데 요즘에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도 그걸 개그로 풀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희극이 좋다.

어제도 또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아! 나는 기억력이 굉장히 좋지 않다. 사실 기억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다음날이 되면 웬만한 것들을 다 잊어버려서 기억하려고 노력해야지 기억하고야 만다.

어제는 재원씨를 만났는데, 재원씨는 일 년 전 파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건축을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내가 파리에 가기 전에 연락이 오셔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생마르탱 운하 쪽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그곳에서 드로잉을 했다.

음악 도시- 외곽에 있다
키스하는 연인들. 이곳에서는 지하철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데 나는 몰래 훔쳐본다(?) 재밌다



재원씨를 만나고, 날더러 어제는 무얼 했냐고 묻길래 진짜 생각이 안 나서 생각이 안 난다고 하니까 좀 어이없어 하셨다(ㅋㅋ) 그럴 만도 하다..
자기랑 만났다는 것도 까먹을 것 아니냐고 하시길래(사실 잊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니라고 했다. 기억은 잘 못하지만 그 때의 느낌만큼은 품고 있고 행복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에 감사하다.

운하를 걷다가, 비가 왔다. 나는 비를 맞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에는 뭔가 조금 찝찝했는데, 여기는 공기도 엄청나게 맑고 비 맞는 것도 찝찝하지 않아서 비가 오는 느낌을 다 느꼈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한국인 친구랑 같이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니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아까 75번 버스를 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원을 향해 갔다. 파리는 좁고, 관광지로 다니기는 별로여서 관광지가 아닌 곳을 찾아다니기로 결심한 이번 여행, 이 공원에는 다 프랑스 사람 뿐! 너무 좋았다.


광활한 대자연


하루에도 엄청 많이씩 감정들이 움직이고 그것들을 꽤 컨트롤하는 것 같다. 지금 시점은 정말로 불확실하다. 사실 확실한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하지만 뭐랄까, 나에게 그리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걸 알고 모든 건 자연스레 흘러가 버릴 거라는 것 또한 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안도하는 것 같다. 내가 어디로 향할지 나 자신도 모르는데 그걸 알 필요가 있을까? 불안하고 안 행복해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그냥 나대로 살거다.

"그대가 가고 싶어하는 어떤 장소, 어떤 시간으로든 그대는 갈 수가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장소, 모든 시간에 가보았다." -리처드 바크

내가 원하는 건 사랑, 사랑, 사랑, 정말 본질적인 사랑과 기쁨. 다른 조건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본질적인 이것들이 비어있으면 다른 조건은 무의미하다. 나는 사랑의 여행을 지속시킬 것이다.

공원에는 사랑이 있었다. 프랑스에 와서부터 계속하여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누군가는 환상에 사로잡힌 동화속 이야기를 쫓아 다니는 것 같이 느낄 수도 있겠다만, 내가 삶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지금, 무얼 해야 하냐고. 그 때 삶은 '프랑스에 가라'고 했고, '아이들을 만나'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즉흥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고 온통 길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것에 대하여 기쁘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재원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이곳에 왔느냐, 라는 질문에 재원씨는 나같이 프랑스가 엄청 좋아서는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한국 대학원에는 가고 싶지 않았고, 그 때 부모님이며 자신의 스승이며 온통 프랑스와 연관이 많아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이곳에 온 뒤, 독일 쪽으로 여행을 갔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건축가의 집을 들어가고 싶었지만 키가 없었다고 했다. 무작정 기다렸는데, 어떤 소년이 나오기에, 그 소년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프랑스어로 말했다고 했다. 너무 급해서 프랑스어로 말했는데 그 소년 또한 우연인지 필연인지 프랑스어에 능통했다. 그리고 재원씨는 이 건물이 정말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이냐는 걸 아냐고 그 소년에게 물었다. 그 소년은 안다면서, 그 분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삶은 이렇듯 신비롭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선물하는 것이다.

나도 이곳에 이끌리면서 왔고, 딱히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어딜 가든 대 자연을 찾으러 다녔고, 그곳에 있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계속 걷고 걷고 걸었다. 시답지 않은 웃긴 이야기를 하며 깔깔거리며 웃었고, 후에는 전동 킥보드를 타기로 했다. 이곳은 정말 자유롭고, 재미있는 곳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실컷 놀고, 이곳 사람들은 꽤 여유로운 편인 것 같다. 길 가다가도 장난을 치며, 달리기를 하며 운동하는 사람은 아기의 머리를 마치 손잡이 마냥 얹어놓고 장난치며 달리기를 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친근하다. 길가다가 영상통화를 하면 길 가는 사람이 장난치며 그 영상통화에 끼어든다고도 한다. 그런 친근함이 좋다.

이 공원 꼭대기 쯤에는 신전같은 것이 있어서 속으로 그리스 로마신화같다고 생각했는데 재원씨는 북한산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우리는 대체 이것이 무슨 모순이냐고 낄낄거렸다.

계정을 만든 뒤 타면 된다
너무 예뻤던 건물
마음에 들던 동네



그리고 빌리는 전동 킥보드를 탔다. 여기는 거의 아무 곳이나 전동킥보드를 세워 두어도 된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둘이서 같이 탔는데, 우리 둘다 긴장해서 손을 핸들에 너무 꽉 잡아서 한 명만 손을 좀 느슨하게
해야한다면서 또 낄낄 거렸다.

행복한 표정으로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이것을 우리의 부모님이 보신다면 아마 이 킥보드를 사 주신다며 농담을 했다. 너무 행복하게 탔기에.

숙소에 와서 기절하듯 뻗었다. 꿈을 꾼 듯 행복했다.

역시 어느 장소에 가든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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