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람과 사랑

by hari

아침 6시부터 치즈 갉아 먹는 중.


여기 치즈는 너무너무 맛있다.


이모님께서 왜 이렇게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느냐고 하셨다. 아침형 인간이란,,


지금은 한인 민박에서 머물고 있는데

아침이 너무 맛있어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첫 번째로 밥을 먹는다.


어제는 천천히 나가서 천천히 돌아 볼 예정으로, 동네 산책을 하다가 공원을 발견했다. 프랑스인이

대부분으로 엄청나게 조용한 공원이었다.

실은 어제는 서점이 최종 목적지였는데, 그 최종 목적지에 빨리 가려고 서두르지 않았다. 거의 걷기 명상을 하듯 느릿 느릿 길을 음미하면서 걸으니 행복하다고 느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여기에서 무얼 하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별 탈 없이 살아있고 별 생각없이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서점에서 창가에 서 있다가 어떤 꼬맹이가 나랑 까꿍 놀이를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무얼 하고 있으려나? 아마 아이 일을 하고 있겠지?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련다.


여자의 눈빛이 너무 아름답다
길 가다가 발견한 동물 가게
가족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

어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산책' 이었다. 산책하듯 길을 걸어다녔고 잔잔하게 좋다고 느껴졌다.


저녁에 돌아와서 동효씨랑 재즈 바에 가기로 했는데, 걷는 게 너무 좋아서 늦게 들어가 버렸다.


중간에 아무 박물관이나 들어갔는데, 예술과 기술 박물관인가? 네이버에 쳐도 안 나오는 그런 박물관이었다.


안 유명한 박물관이기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퀄리티는 굿!


여러 기계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세부적인 것들, 그런 과정들이 많이 보여서 흥미로웠다. 혼자 어린 아이 된 것 마냥 엄청 관찰하다가 조금 지쳐서 책상에 앉아서 그림 끼적이다가 나간 그런 곳.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중국 인의 미술 전시와 ofr 서점. 서점에서 볼 게 너무 많아서 혼자 흥분해서 이것저것 쏘다니며 보았다. 역시 나는 이미지

관찰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서점 앞에 위치한 한 공원. 프랑스는 공원이 참 많아서 좋다. 이 공원은 규모는 작지만 그것에 비해 아름답기는 엄청났다. 호수도 있었고 여러 동물도 있었다.


햇빛을 맞으며 걷고, 걷는 동안 사람들과 눈인사를 했다. 행복했다.


한국에 보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이제 이곳에 살고 싶은 정도로 좋다고 느낀다. 여행을 하면 거의 매일 느끼는 것은, 처음 가자마자 좋은 곳도 있지만, 한 중간 정도 머물 때가 애착이 제일 커지는 것 같다. 그 때가 바로 여행이 민낯을 보여줄 시기라고 느낀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연인과 사귈 때 가장 돈독하고 애착이 많은 것 같은 그런 시기.


누군가를 만날 때, 처음에는 호기심과 열정적인 사랑으로 만나다가, 중간 쯤 되었을 때 조금 싸우거나 혹은 의심의 시기가 있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다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고, 그 사람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은 식었어도 그 사람에 대한 편안함과 따뜻함, 돈독함이 있는 시기를 가장 좋아한다. 그 때 서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허용하고, 어떠한 누가 방해해도 서로의 민낯에 대하여 존중하고 아낌없이 사랑한다. 그 시절, 상대가 마음이 아파하면 그 상대는 가장 신뢰할 만한 나 자신을 찾고, 나는 그의 고통에 동화되어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의 고통을 위로해준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사랑에 대하여 더욱 충실하게 되며, 자기 자신을 버린 동시에 진정한 자기 자신을 다시 되찾는다. 이것이 바로 롤랑 바르트가 말한 아토포스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면모이다. 나는 이것을 좋아한다.


여행도 이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때로는 모든 것이 다 좋지는 않다고 느낄지언정, 어느 순간 오래된 연인과 만나는 것 마냥 친숙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는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순간 또한 있다. 연인과 결혼을 하거나 여행지가 마음에 들어서 정착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다시 혼자가 되었을 경우, 그 때의 기억을 되짚으며 후회하거나 실망하거나 안타까워 하지 않는다.


그냥 아름다웠구나, 이 한 마디가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누굴 만나든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이 선명하거나 혹은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속속히 다 기억나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그 한 가지, 그 한 가지의 아름다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은 연꽃이 아주 빠르고 자기 자신을 전부 바쳐서 짧은 기간 내에 피고 지는 계절을 보이는 것과도 비슷하다.


나에게 있어서 프랑스라는 나라는 오래된 연인과도 같다. 언제 만나도 좋고, 그저 좋다는 느낌 뿐.


아주 오래 머물고 어쩌면 평생 머물, 결혼한 상대와 같은 그런 곳. 그런 곳이 바로 프랑스이다.


언젠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곳을 다시 오고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순간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