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하루들을 보내는 중
살다보면 신비에 사로잡힌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내 시야 너머로 여러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걱정 대신 사랑을 택했고 아주 느리면서 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별 다른 노력 없이, 욕심 없이, 힘을 빼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다는 걸 새삼 실감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얼 하든 잘 해야 하고 완벽하게 이루어 내야 한다는 것의 모순 지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계획처럼만 되지 않는 것이 삶이지만, 그러한 삶이 좋은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때 추상화 또한 그렇다. 어떠한 계획 없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 순간순간만 충실하는 것이다. 그 방식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여행을 다닐 때에도 이제는 완전한 계획 대신 하늘의 뜻을 맡긴다.
어제는 오베르로 향했고, 그 주변의 숲의 경치를 보며 행복하다고 느꼈다.
실은 관광지는 어떠한 틀이 정해져 있고 사람의 손이 타서 다듬어져 있기에 좋으면서도 엄청 흥미롭진 않다. 나는 헝클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완벽한 질서를 갖추고 있는 대자연이 좋다.
고흐의 흔적들을 보면서, 그 당시 살았던 사람의 흔적을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파장이 이렇게 크구나를 느꼈다.
고흐의 무덤을 보며, 약간 슬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가 죽는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무력해지고 죽음 앞에서 어떠한 것들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죽는다. 죽기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누가 뭐라하건.
그리고 또다시 기차을 탔다. 오베르에서 파리로 가려면 퐁투아즈라는 마을을 들러야 하는데, 실은 나는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관광지로 정돈되지 않은 사람 사는 마을 같아서 그 느낌이 정감있고 좋았다.
이곳에 내려서 지도를 보니 피사로의 미술관이 있길래 무엇에 홀린 듯 그곳으로 향했고, 광활한 풍경에 혼자, 우와! 하면서 선물을 받았구나 싶었다. 이곳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숙소에 와서 거의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동효씨가 깨웠는데, 혼자 화들짝 놀라서 비몽사몽으로 재즈바에 갈 준비를 했다.
프랑스에 몇 번 왔지만 재즈 바는 처음 가보는 이번,
밤의 프랑스는 아름다웠다.
흥이 나는 분위기 속에서 나랑 동효씨는 자리에 앉아서 춤을 추다가 나는 두 번 나가서 낯선 분이랑 춤을 추었다.
엄청난 몸치이기에 뭐지 싶으면서 춤을 추었는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랑 같이 영화의 장면에서 나올 법하게 춤을 춘다는 것에 감사했다.
한 할아버지는 매일 이곳에 나와서 여성분들과 춤을 추는데 계속 여성 분을 돌리기만 하신다 ㅎㅎ
나도 그분께 걸려서 계속 돌기만 했다가 멀미가 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재즈바에 나오기 전에 동호씨랑 시원하게 막춤을 추고 나왔다!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할 지언정 이 밤이 행복했다는 건 기억할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들을 느낀다. 돈은 단지 체계일 뿐. 우리가 사는 이유는 서로를 만나고 느끼기 위해서라는 이유란 것.
이곳은 아주 평화롭다. 내가 무엇을 하건, 어떤 식으로 행동하건 다들 관심이 없다.
오직 현재를 위해서 사는 삶이 가장 건강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