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나는 더욱 단순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직선적이고, 간단해진다. 이곳은 편안하다. 복잡하지도 않고 평생 죽지 않고 살 것 처럼 살지도 않는다.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므로 일단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만을 산다.
이곳에서 한국이 그립지 않다. 그냥 지금 이 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가끔은 그 때의 사진을 보면서 지금까지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는 정도. 이곳이 좋다.
아침부터 니스에 가려고 숙소 예약을 하고 있는데, 자리가 다 꽉 찼다. 그래도 마음은 평온하다. 정 안 되면 노숙하지, 라는 생각으로 평온하게 있다가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그리고 동효오빠랑 같이 미술관에 갔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여기에 와서 한국인이랑 친해져서 같이 여행을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기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언제나 기쁜 것.
언젠간 내가 죽어야 하는 사람이므로, 그저 즐기다가 가고 싶다. 남는 건 사랑뿐이다. 나는 사랑이 좋다.
모든 전시는 완전히 만족했었다. 사실 오르세 미술관을 다시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웠던 찰나, 지하에서 마네의 작품을 보자마자 나는 띠용!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니까 오빠가 가끔은(?) 내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놀랐고 마네를 본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
르누아르와 로트렉, 그리고 모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모네는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색감을 가지고 있는데, 자세히 보았을 때 그 색감과 질감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사람을 참 기분 좋게 해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내 진심이 담겨야 겠지?
이곳에 와서 또 느끼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간단하고 단순하고 물 흐르듯 진행되어서 내가 이곳에 이런 걸 느끼느라고 왔나? 싶기도 했다.
파리가 나를 너무나 많이 불렀는데, 그게 바로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가 아니었을까 추측도 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점은, 나는 어린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같이 놀 때에는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아마도 나는 한국에 가서 아이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먼 훗날에는 아이 관련 사업을 하지 않을까 추측도 해본다. 물론 그림은 계속해서 그리면서.
오빠랑 숲을 거닐면서 놀이기구 앞에서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았다. 혼자서 아이가 되어 공작을 놀리기도 하고, 어린 아이랑 교감하기도 했다. 한 흑인 계열 아이는 내가 다가가니까 맑고 순수한 눈으로 나를 호기심 있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나중에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살인미소를 날리며 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아! 나는 심장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나는 정말로 아이가 너무 좋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우리는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했다. 물놀이를 하면서 별 것 아닌데도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삶의 진리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를 깨달았다.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와서 밖에서 명상도 하고 이것저것 노닐다가, 오빠가 나에게 책을 빌려주었다. 발렌티노의 책.
처음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l've asked the contribute of these poets beacause poetry is the most intimate expression of freedom. because freedom is what we all need now.
because 'we do not want to be so dreamless now.'
그리고 오빠한테 왜 이곳에 왔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 왔다고 생각했다. 분명한 사실은 나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서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우리가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것이다. 한 스팟의 거미줄을 튕기면 다른 스팟들이 차례로 흔들리듯, 한 사람이 내면을 따르면 다른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 순조롭게 움직인다. 우리가 두려움을 버리고 사랑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잘 왔다, 잘 했다.
그리고 한 부분의 마음을 조금씩 접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삼년 동안 누군가를 집착하듯 사랑했다. 후에는 그 관계가 꽤 건강해져서 우정으로 발전했지만, 그 뒤에 나는 한 가지의 교훈을 얻었다. 기다리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너무 큰 열정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고, 사랑하되 사랑받을 기대는 하지 말고 살자는 것.
그 교훈 이후로 누군가를 깊숙하게 욕망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다. 그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부터 그런 행태를 다시 저지르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좋아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여행 도중에 많이 생각났지만 점차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함께 있으면 배울 점이 많고 내가 그 사람을 조건 없이 좋아하는 건 맞지만
조금은 고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조금 물러서 있으려고 노력중이다.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
언제나 사랑하고, 언제나 마음 속 평화를 잃지 않기를.
당신도 그러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