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비가 왔다. 나는 오빠와 함께 외곽에 있는 벼룩시장을 갔다.
이전에 가봤던 곳이었다. 그 때에는 혼자 가서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곳.
소연이한테 사줄 책을 고르고 예술 서적을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색감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가서 엄청나게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기만 하면 미친듯이 좋아한다.
그리고 마레지구 쪽에 있는 빈티지 샵에 들렀다.
예쁜 땡땡이 옷을 입었는데, 비싸서 입어보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더 예뻤다.
오빠 앞에서 계속해서 까불거리면서 놀았다.
오빠랑 나랑 삼일 정도동안 붙어다니면서 많이 편해지고 친해졌다고 느꼈다. 오빠는 엄청 솔직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은근슬쩍(아니 솔직히 대놓고) 나를 챙겨줘서 고맙다. 원래는 파리에 안 가고 프랑스의 다른 지역을 갈까, 고민했었는데 파리에 간 이유가 게스트하우스의 식구들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행복한 나날이었다. 나는 기억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많은 것들을 잊지만 이 기억들 만큼은 글로 적어두고 그 느낌만큼은 간직하고 싶다.
참 좋은 곳이었다. 아침마다 한국에서 먹었던 것 보다 훨씬 맛있게 밥을 먹고, 땅콩 버터를 퍼먹기도 했고, 마치 이곳 주인인 마냥 대자로 뻗어서 자기도 하고, 거실에서 오빠랑 명상을 하기도 한 곳.
너무 행복한 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