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창조의 행위는 어쩌면 조금은 아이러니한 것 같다.
학교를 나오고, 나는 내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어느 시기 동안 분투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작업만 할 때에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정말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거의 80% 이상을 차지해서 그 갈망이 엄청 많지는 않았었다. 작업실에서 남산을 바라보면서 큰 작업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고, 커다란 작업들도 가능했다. 머릿속에는 거의 그림에 대한 생각이 주였다.
하지만 학교를 나오고 나서는 일과 함께 작업을 병행해야 하기에 작업 시간이 정말 금과도 같았다. 그리고 큰 작업을 하기 힘들었고, 주로 드로잉과 작은 화판에다가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이 슬펐다.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그곳이 정말로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걸 더욱 깨달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작은 드로잉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 능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 어딜 가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그 이후로 나는 내 시간을 정말 아끼려고 했던 것 같다. 일을 할 때에도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내 주 목표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내 시간이라는 걸 정해놓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시간을 내어준다는 행위 자체도 커다란 기쁨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나 라는 작은 에고를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을 위하여 행위를 할 때에 정말 큰 기쁨이 있었고 조건 없이 그저 준다는 행위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 또한 좋았다. 내 이기심을 위하여, 내 성취를 위하여 누군가를 돕는 것은 정말로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에고를 더욱 키울 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물질적으로도 나누어주고 싶지만, 내 역량이 어느 정도 부족하여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슬프다고 느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도우려고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면 항상 물질적으로 무엇인가가 나에게 들어왔다. 그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그들에게 주었던 것들이 내가 받은 것들보다 더욱 최상의 것인가 고민하기도 하였고 감사하기도 했다.
에고가 많이 작아진 것 같다. 아직 남아있고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겠다만 그래도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움에 너무나 감사하다.
가끔은 언젠간 일에 내 시간을 빼앗기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부질없는 에고라는 걸 느낀다. 언제든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은 있다. 내 의지가 정말 크다면 말이다.
이제는 일도 잘 하고 싶다. 잘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자연스럽고 성숙하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 무책임하게 무엇인가를 끝장내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큰 고통을 받으면서까지 낑낑거리고 싶지도 않다. 정말로 나 스스로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