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2월26일 보건복지부와 전공의 설명회
12월26일 보건복지부가 인턴, 레지던트 의사들을 의미하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아마도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설명회였으리라.
이 회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진행됐다. 68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의사들이 참관했다. 공유된 줌회의 비밀번호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정책을 진행할 때, 의사들의 반발을 의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가장 의미있는 의사무리는 첫번째가 의사협회고 두번째는 아마도 전공의일 것이다.
2030에 불과한 가장 어린 의사들을 왜 의식하느냐면 ..
병원, 의원에서 사장과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게되는 선배 의사들과 달리,
근로자 성격이 강해 현실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의사들은 전공의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파업을 견인했던 것도 전공의들이었다.
복지부의 설명회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진행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의대정원 증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12월26일의 보건복지부 설명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설득하는 복지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박민수 차관은 전공의협회 박단 회장에게 '맥락을 파악하고 발언하라'고 면박을 줬고
그 외에 '건강보험 재정고갈'은 가짜뉴스라며 재정 전반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의대증원이 건보 지출을 증가시킬 것이었다.
그런데 건보재정 고갈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는 모습에서는 기대했던 설득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28년 고갈 예정이다)
덕분에 설명회 이후 의사 커뮤니티 사이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어떤 회원은 외신에 이런 정부의 태도를 알리자는 의견을 내놓으며 제보할 글을 (한글로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글은 내가 그 회원에게 보낸 글이며, 외신에게 기고한적이 없는 내 딴에는 나름대로 외신에 인용되기 최대한 용이하게 작성되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과 더불어 가장 큰 문제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감소하는 근로인구에 비해 부양해야할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 65세 이상 고령인구 인구는 2020년 15.8%에서 2050년 38.1%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 3656만3000명에서 2050년 2353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0여년간 기적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한국의 경제적 부흥은 막을 내려가고 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에 따르면 2)한국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전망도 찾을 수 없다. "I don't see any sign of strength from the detailed figures about the future path of the economy,"
한국의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을 앞두고 있어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을 예정이다.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희생되고 있다는 뜻이다. 3)
2055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은 차라리 다행이다. 한국 건강보험의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은 2028년 고갈 예정이다. 미국 인구의 36%를 차지하는 medicaid & medicare service와 비교해4) 한국의 건강보험은 인구의 100%를 차지한다. 5) 그런 건강보험이 고갈된다면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한국 의료수준은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급증하는 고령인구와 관련해 의료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보고서가 속속 발표됐다. 한국의 의사 수는 1000명당 2.6명으로 OECD평균보다는 낮으나 2.7, 2.6명인 미국, 일본과는 비슷한 수준인데6) 예상되는 의료수요 증가에 따라 의사 수도 늘려야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 의대정원 증원은 한국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문제는 건강보험 시스템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전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을 도입한 상황에서 의사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정부가 주도하는 건정심에서 결정된다.7)
(OECD는 지출을 의약계에서 정한다고 지적했으나 실제 심의위원 24명 중 공급자 8명은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등으로 나뉘어 서로 이해관계가 갈리기에 정부 산하인 건보공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24명 중 공익대표 8인은 4명의 공무원, 4명의 교수와 연구원으로 이루어졌는데 비 공무원도 결국 정부가 정하기에 정부측 위원은 8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의료수가 증가율은 항상 물가상승률보다 낮았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여러차례 건정심 구조개편을 주장하며 건정심을 여러차례 보이콧한 바 있다 8))
한국의 건강보험은 후진국이던 박정희 정부 시절 설계되어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mortality?와 관련된 의료는 비용이 강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commercial한 분야의 의료는 가격책정이 자유로운 성격을 띤다. 이에따라 미국에서 인기있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의사 등은 한국에서 인기과가 아니며 한국의 neurosurgeon은 3091명으로 9) 미국에 비해 (인구비례당) 수가 많음에도 뇌수술을 하는 neurosurgeon은 일부에 불과하며 10)11) aneurysm clip이 가능한 숙련된 의사는 133명으로 극히 한정적이다.12) 한국의 의사들은 이런 공공성을 띠는 의료에 대해서는 수가를 높게 책정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는 외면되어만 왔다.
건강보험 시스템의 모순,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 출생률 감소에 따른 근로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의사 수 증원에 한한다. 현재 한국의 의대정원은 3058명으로 논의되던 증원 규모는 종전 350~500명에서 대통령의 '인상적인 숫자' 언급에 따라 1000명에서 3000명까지 늘어났다.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의료정책에 가장 효과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의사들은 바로 레지던트들이다. 2020년 문정부 의료정책에 가장 강력히 반발했던 의사들도 전공의들이었다. 이번 정부도 전공의들의 반발이 의대증원 성패를 결정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12/26 전공의들을 상대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설명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의대정원이 다각도에서 진행되며 한국의 의료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 설명회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진행되는지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민수 차관은 건보료 고갈이 fake news라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문제 발생을 부정하며 설명회를 시작했고, 공공성을 띠는 의료에 대해서 수가를 올릴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의대정원이 증원되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보지출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라며 반박했다. 앞서 언급된 모든 한국의료의 문제점에 대해서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차관이 부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만을 바라보고 의사를 증원만이 정답이라고 제시하는 정부 고위 공무원의 모습에 젊은의사들은 크게 충격받았다. 한국 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경쟁 심화와 그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의사들의 고민이 사실은 의사들만의 고민이었다는 사실에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젊은의사들의 좌절은 사실 한국 젊은 인구가 정부정책에 대해 보여주는 회의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유권자의 30%에 불과한13) 2030의 인구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며 정부 정책은 결국 40~60대(40대 18.5%, 50대 19.5%, 60대 16.4%)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건보재정 고갈은 고려되는 이슈가 아니며 고령자를 만족시키는 의사수 충원에만 정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1) https://www.khidi.or.kr/board/view?linkId=48737630&menuId=MENU00928
3) https://www.mk.co.kr/news/economy/10677377
4) https://www.census.gov/library/publications/2023/demo/p60-281.html
5) 강제가입 -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적용대상)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 https://www.hira.or.kr/dummy.do?pgmid=HIRAA020014000000&WT.gnb=%EA%B5%AD%EB%AF%BC%EA%B1%B4%EA%B0%95%EB%B3%B4%ED%97%98%EC%A0%9C%EB%8F%84
6) OECD (2023), Doctors (indicator). doi: 10.1787/4355e1ec-en (Accessed on 28 December 2023)
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3122870i
8)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3292
9)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54&tblId=DT_HIRA4K
10) https://medigatenews.com/news/2880635578
11) https://wfns.org/menu/61/global-neurosurgical-workforce-map
1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2882#home
13)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227/112065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