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반년이었습니다.
2023.07.07. 2독 후 작성한 첫 번째 서평.
도스토예프스키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금까지 쓰인 가장 장엄한 소설' -프로이트
'한 인간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창조해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 헤르만 헤세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는 도스토예프스키' - 프리드리히 니체
짧은 평을 하고 싶지만 과연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위인들의 평을 붙여봅니다.
자랑을 조금 하자면, 오늘로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생김새를 보면 벽돌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책이라 2달이나 걸렸네요. 책을 두 번째 읽으며 제가 느낀 느낌은 '글에 압도당하고 있는 느낌' 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나 '칠드런오브맨'을 볼 때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압도당하는 느낌. 영화도 아닌데 시각적, 청각적 요소도 없이 글로만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합니다. 마치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대작 영화들을 보는 것 같아요. 그것도 한 편이 아니라 다섯 편 정도? 20여 개의 단편 소설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유명한 '대심문관'이나 조시마 장로의 '청년 시절 회상' '비밀스러운 방문자' 등이 각각의 단편소설처럼 설명됩니다. 특히 '일류샤의 장례식'에서 알렉세이와 일류샤의 친구들이 부활과 재회를 약속하는 장면은 제가 레지던트 1년차 때 사망선고 후 망자의 배우자와 나눴던 대화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망자와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기에 ..
(신은 당연히 없는거잖아? https://brunch.co.kr/@qkrjiyong/6)
책의 주제를 단 하나만 꼽는다면 아무래도 부활과 구원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워낙 다루는 것이 많아서요. 문학적으로 보면 러시아적인 것, 민중적인 것, 종교적인 것, 셋째 아들 알렉세이를 이와 상반된 프랑스적인 것, 인텔리적인 것, 무신론적인 것, 둘째 아들 이반과 대조되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고요.
감정선으로 보면 슬픔과 기쁨, 불행과 행복, 사랑과 증오 같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이 사실은 거의 동일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 심리학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것, 적과 아군을 가르는 것, 선과 악으로 누군가를 이분하는 것, 어떻게 표현하자면 이른바 정치과잉의 시간에 찬찬히 읽어보기에는 너무나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더클래식에서 출간된 버전으로 읽었는데 분량은 1700여 페이지입니다. 어렵게 읽었지만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다소 뜬금없는 얘기지만 푸틴이 그렇게 애독하는 책이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읽어서 오히려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요.
사실 너무 길고 문체가 장황해서 읽기 힘들다는 분도 계십니다. 벽돌 책이니까요. 제 친구도 전에 읽어보다 중간에 그만뒀다네요. 사실 저도 중간중간 힘들어서 설렁설렁 읽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책장에 꽂힌 책중에서 단연 최고였던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거 보면 리뷰 찾아보는 편인데 온갖 리뷰 다 찾아보고도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 포스팅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