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젤라이다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아내의 친정으로 날아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락방에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모양으로, 어떤 이는 장티푸스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굶어 죽은 것 같다고도 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얼큰하게 취해 있다가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갑자기 한길로 달려 나가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기쁨에 겨운 목소리를 외쳤다.
" 주님, 이제야 해방이군요! "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의 말에 따르면 철없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대는 모습이 평소에 그를 몹시 혐오하던 사람들마저 측은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쩌면 양쪽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다시 말해 자신이 해방된 것을 기뻐하면서 동시에 해방시켜준 아내를 서러워하며 우는 것은, 사실 똑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은 아무리 악당이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순진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자신이 그런 것처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두 여자와 결혼해서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
4편 '가상캐스팅'에서 이진욱으로 비유한 첫째 아들 드미트리가 첫 번째 부인 아젤라이다의 소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