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를 정치철학과 페미니즘이론으로 비판하기
HanNam(abbreviation of Korean male, meaning South Korean incel)'s phenomenon of anti-feminism is not backlash but pro-feminism
-Critique on "Extraordinary Attorney Woo" based on political philosophy and feminist theory
2. 페미니즘 이론가 도로시 E. 스미스의 '관점이론'으로 보는 2030 남성의 약자성
1. Attorney Woo might be 'the strong' - the idea of 'veil of ignorance' designed by John Rawls.
2. Dorothy E. Smith's concept of 'Standpoint theory' and marginalized young-adult-male in South Korea.
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이하 드라마 우영우)가 이른바 페미 논란에 휩싸였다. 12화 보험회사 부부 사원 구조조정을 다룬 사건의 실제 사건 변호인 중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 우영우가 박원순 전시장을 미화하기 위한 드라마라는게 일부의 주장이다.
고인이 된 박 전 시장에 대해 다룰 생각은 없다. 하지만 페미니즘 논란에 선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은 것이 몇가지 있다. 정치철학과 페미니즘이론 두가지 관점에서다. 2편으로 나누어 첫번째 글에서는 정치철학 이론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자 한다.
사실 드라마 우영우의 페미 논란은 12화 전에도 있었다. 바로 극 중 악역인 권민우의 강자 발언 때문이었다. 우영우를 '좌충우돌'이라며 비난한 '권모술수' 권민우가 7화에서 언뜻 들으면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료변호사 우영우가 강자라는 발언이었다.
권민우가 했던 발언은 이랬다.
"그 우영우가 강자에요! 로스쿨 때 별명도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였다면서요.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정작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돼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우변한테 늘 배려하고, 돕고, 저 차에 남은 빈 자리 하나까지 다 양보해야 된다고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언뜻 보면 맞는 말이지만 극 중 권민우가 보여주는 행동은 옳지 않아보인다. 동료인 우영우에게 정보도 공유해주지 않고 사직종용에, 우영우의 입사를 부정 취업이라며 인터넷에 고발하는 등의 행동은 동료 변호사의 행동이라기엔 공감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된 권민우의 발언이 전부 맞다고 볼 수는 없다. 매번 이기는 사람이면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듯한 논지가 어색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폐인이기 때문에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는건 틀린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폐인이 약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료 변호사에 대한 배려로서도 그러하거니와, 장애를 가진 단지 불편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 따르는 당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영우가 설령 강자라 할지라도 자폐로 어려움을 겪는 우영우를 양보하고 배려하면 안 되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해당 장면 이후 권민우가 우영우를 괴롭히는 모습에서 권민우를 보며 화가 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영우가 강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가 떠올랐다. 존 롤스는 정의에 관해 가장 널리 인용되는 책인 '정의론'을 집필한 정치철학자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관점으로 분석했다. 그는 평등주의적 정의론을 주장했고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찾아내기 위해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무지의 베일의 개념은 간단하다. 여러 사람들이 몇 개의 선택지를 하나씩 나눠 골라야 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 모른다면 모든 선택지를 최대한 공평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이것을 무지에 가려져있는 사고실험으로 비유한 것이 무지의 베일이다.
케이크 조각을 나누는 것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 형과 동생이 케이크를 둘로 나눠먹을 때, 형은 케이크를 자르고 어떤 케이크를 고를지는 동생이 한다면 형은 케이크를 최대한 공정하게 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권민우와 우영우에 같은 이론을 적용해보자. 둘 중에 한 명으로 태어나야 한다면 권민우로 태어나는게 좋을까 아니면 우영우로 태어나는게 좋을까? 여기에는 의견이 갈릴 것 같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영우. 반면 변호사가 될 정도로 머리가 좋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권민우. 나라면 우영우 보다는 권민우로 태어나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법무법인 한바다의 변호사 우영우가 되고 싶냐 권민우가 되고 싶냐'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모두가 우영우가 되고 싶을 것이다. 어차피 일등을 독차지하는 압도적인 지능, 직장 상사도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해내는 창의적인 발상, 동료에게는 질투받을 지언정 상급 변호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거기에 소송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능력까지. 이런 우영우와 비교할 때 누가 우영우 대신 변호사 권민우가 되고 싶을까? 한바다의 변호사 우영우를 무지의 베일을 놓고 보면 권민우와 비교해 결코 약자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권민우는 악인이다. 우영우를 시기하고 우영우를 괴롭히고 방해한다. 우영우가 강자라고 하더라도 권민우가 굳이 우영우를 공격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권민우는 약자다. 강자는 악하고 약자는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악한 자라고 강한 것은 아니고 선한 자라고 약한 것도 아니다. 권민우는 악한 동시에 약하다. 반면 우영우는 선한 동시에 강하다. 우영우는 강자다. 하지만 드라마는 자신을 약자라고 주장한 사람의 악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약자의 주장이 틀린 것처럼 그렸다. 작가가 2030 남성의 공정성을 부정하기 위해 각본을 썼다고 비판받는 부분이다.
작가는 권민우가 약자가 아니라고, 우영우도 강자가 아니라고 말하는듯 하다.
하지만 나는 작가의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본다. 우영우는 강자가 맞다.
(2편에서 이어서)
#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정치철학, 페미니즘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