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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선 Mar 19. 2024

잠이 안 올 땐 까스활명수

3/19 화 일기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그런지 작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며칠 전만 해도 잠에 들고일어나는 게 조금은 수월해졌는데

어제는 또 잠이 오지 않았다. 조도도 낮추고 명상음악도 듣는데 왜 잠이 안 오지?

이게 그건가? 자신의 하루에 만족하지 못해서 몸은 힘든데 잠은 안 오는 거?


나 뭐가 문제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제는 고양이 카페에 가서 귀여운 고양이도 보고 개인작업도 하고

밥도 야무지게 챙겨 먹고 또 잠들 적에는 인생에 대한 유튜브도 보면서 기분 좋았는데

뭐가 또 부족한가? 초조했다. 이러다 또 내일 늦게 일어나면 어떡하지?

건조해서 그런가 습도를 좀 맞춰보자. 가습기 자 켰고. 온수매트 온도도 조절했고. 유튜브도 껐고.


그러고 나서도 해결이 안 되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가슴이 답답한 것이 느껴졌다.

딱 떠올랐다. 자기 전에 먹은 쑥떡이 문제구나.

웃겨 정말. 어이가 없고만.

서랍에서 까스활명수를 꺼내 꿀떡꿀떡 먹었다.

위가 조금씩 편해지면서 갑자기 하품이 났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 바로 졸렸다.

피곤한데 위는 더부룩하니 체하고 숨은 얕으니 잠에 들지는 못했던 거다.


삶이니 뭐니 그냥 쑥떡 잘 먹고 체한 거구나 그거 조금 해결해 주면 잘 수 있구나.

진지할 필요 없구나. 매사 뭔 일인지 호들갑 떨 필요는 없구나 별일 아니네.

그냥 뭐가 부족한지 체크해 주고 내가 잘 쉬고 있는지 연결해 주고

고양이나 식물 돌보듯 나도 돌봐주면 되는구나. 조금 머쓱하네.

때론 뭔 일인지 돋보기 들고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나를 못살게 구는 거 같다.


_

오늘까지 잡지명을 픽스하기로 했는데 참 이것마저도 쉬운 게 없다.

페르소나라고 지을까 했더니 일본 만화잡지 이름이고

잇츠미라고 지을까 했더니 성형외과 웹진 이름이고

꽃다발이라고 지을까 했더니 과연 검색했을 때 진짜 꽃다발이 아니라 내 잡지 이름이 나올까 싶었다.


울고 싶다. 창의력이 다 뒤진 거 같다. 누가 대신 맛깔나게 지어줬으면 좋겠다.

나 백순데 퇴근하고 싶다. 제발 집중 좀 해보자.


consolation 위로라는 뜻이라는데 애도에 가까운 공식적인 언어인 것 같고

comfort 가 적절한 거 같은데 이미 많이 쓰이고 있어서. 글쎄

다정한 세상은 잡지명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 거 같은데 뭔가 나에 대한 이야기 같지가 않고

SAFE는 일단 흔해서 그런지 딱히 없는 거 같고

안전해지라는 뜻에서 bsafe라고 지을까 했는데 유아용 카시트 브랜드란다 대환장

일단은 safe가 끌리긴 한다. 이 잡지의 목적이 내가 안전해지려고 하는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위로나 나아감은 안전기지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위태롭고 싶지가 않다.

잡지 라이프처럼 깔끔한 타이포에 빈티지한 느낌과 좋은 사진이 실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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