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일요일 일기
매일 일기를 올리기로 해놓고 바로 또 하루를 건너뛰었다. 대단한 성실함이다. 박수!
어제는 홍대에 가서 옷과 꽃을 사고 단것들로 위를 바짝 채웠다.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카네이션 색이라 마음에 든다.
아, 금요일에는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라는 브런치 대상작도 종이책으로 사서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멋졌다.
한 가지 생각이 들었던 건 저자의 말맛이 후반부로 갈수록 밋밋해진다는 것이었다.
분명 점점 더 매끄러워지고 촘촘해지는 것 같은데 왜 그렇지?라고 생각해 보니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이 점점 다듬어지면서, 점점 글맛이 평범해졌다.
서점에서 은근히 잘 팔릴듯한 요즘 에세이와 내용과 흐름이 비슷해지다 보니
나와는 동떨어지는 것 같아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부러워서 그런 걸까?
그런 루즈하고 꼬인 마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 걸 만들 때는 너무 많은 퇴고로 잘 정돈된 멋짐은 내려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 대단한 사람, 삶의 재밋거리 많은 사람 얼마나 많겠는가.
그들에게서 내가 내밀어 볼 수 있는 알량한 출사표는 솔직한 마음과 말랑한 생각 아닐까.
“제 것은 좀 더 날 것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이쪽 저 쪽 눈치 보는 그런 마음?
그냥 어떻게 살라고 블라블라 설교 커튼 치지 말고,
자 여기 주제와 가르침입니다! 이 정도면 범인의 에세이라 쳐주실 수 있죠? 말고.
이렇게도 삽니다. 저와 한 톨 같은 고민이 있다면 당신도 힘들었겠죠? 끄덕끄덕 이 정도의 톤 앤 매너를 가지자
위로라는 것은 너무 잘 정돈된 곳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어렴풋한 가정이다.
(물론 이 모든 말들은 당신이 그리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만 하는 시끄러운 다짐이다)
참 나도 나다.
백날천날 불안해 미치겠으면서 곰새 터질 것 같으면서 또 한 켠으로 잘 미루고 있다.
그저 그런 마음들로 우리 이렇게 살아도 돼?라고 말하면서
밤새 깔깔대며 새로 나온 드라마를 맛깔나게 보고
새로 만든 참치쌈장이 맛있다고 속없이 낄낄대고
돈도 없으면서, 화병에 만 원짜리 카네이션을 꽂고
아침 11시까지 느즈막이 자면서 난 게을러 외치면서도
고개를 드는 볕을 창문을 열어 내 방에 들여오고
창밖의 새로 온 새의 노랫소리를 녹음하는 꼼싸꼼싸한 나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