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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Apr 06. 2021

조선왕조실록은 최고의 자기계발서다

 4차 산업의 거센 물결이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이 가능해짐으로써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4차 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에는 기대보다 불안이 더 커지고 있어 보인다. 미래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인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만 같다. 개개인의 삶의 문제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현재 삼십 대 직장인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15년 전, 나의 수능성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수능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 그나마 취업이 잘된다는 학과를 선택하면서 위안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느라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국가고시는 반드시 한 번에 합격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마침내 합격통보를 받았다. 취업은 거의 보장된 셈이었다. 취업만 하면 나도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내 생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유쾌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환자를 케어하는 일을 어렵기만 했고 보수적인 선후배 관계도 힘들었다. 그토록 꿈꿔왔던 직장이었건만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픈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그리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힘든 것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나는 병원에서 중간쯤 되는 연차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직장생활은 결코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후배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신입이었던 적이 있었지. 지난 10년 동안 나는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한 걸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면 자꾸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나와 비교하게 되었다.

 부지런히 커리어를 쌓은, 소위 ‘잘 나가는’ 선배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과연 나는 저 선배처럼 멋지게 삶을 살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나는 나의 꿈과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차라리 일찍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울 때도 있었다. 갈수록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만 드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나는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자기 계발 관련 도서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개인마다 본인이 겪고 있는 환경과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어떠한 기준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독자에게 주입하는 듯한 자기 계발서는 읽는 내내 불편하기만 했다.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들도 나처럼 이렇게 해라’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천편일률적인 메시지와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자기 계발서는 읽을수록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른이 넘어서 다시 자기 계발서를 찾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삼십 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대책도 세워놓지 못했는데 벌써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10년 전, 국가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서른 살이 되면 내 인생이 뭔가 좀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여전히 꿈과 멀어져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할까.


 누군가가 그랬다. 꿈을 이루고 성공을 잡고 싶다면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려면 인문서를 읽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둘 다를 충족시킬 만한 책은 없는 걸까?     

 나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다. 고등학생 때 국사 공부를 했을 때도 수능시험에서 국사는 선택과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늘 재미있는 일이었다. 특히 나보다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이 겪었던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그들은 한 생애를 걸쳐 자신의 삶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들의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면 그들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역사학자 이에츠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내가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위해 암기해야 했던 역사는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역사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자 전혀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세상을 향한 태도와 삶의 철학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것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삶을 통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성찰해 보고자 했다. 역사 속 몇몇의 사건과 인물들은 나의 마음을 강력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서 나만의 철학을 세우는데 지표가 되었다. 


 나의 삶의 철학을 나 스스로 세운다면 그 어떠한 이야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주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내가 가진 철학은 나의 인생을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역대 조선의 군주들과 그들을 모셨던 수많은 참모들이 등장한다. 500년의 조선왕조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한 나라를 책임졌던 왕과 그를 보좌했던 참모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현재 왕조시대를 끝내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군주와 참모들에게 요구되었던 덕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그들의 삶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27명의 조선의 군주 중에는 성군으로 추앙받는 자가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폭군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왕도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왕은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리더십이란 현재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처세술이다. 나는 조선시대 군주들의 업적과 발자취를 통해 이 시대의 참 리더십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리더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 공식은 현재의 정치가, 공직자,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문제적 리더십으로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임금이 있었다. 자신의 마음조차도 살피지 못했던 선조는 리더로서 부적격한 인물이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반면 불우한 가족사를 지녔음에도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 군주도 있었다. 세종은 뛰어난 업적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왕을 도와 조선을 이끄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참모들의 삶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들 중에는 지금도 충신으로 기억되는 참모가 있었는가 하면, 간신으로 평가되어 후대에 그 이름조차 잘 모르는 참모도 있었다. 왕이 왕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참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이성계를 도와 킹메이커를 자처한 정도전, 소통에 능했던 황희, 난세에 영웅이 되었던 류성룡,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 조광조, 홀로 적진에 들어갔던 최명길, 끈기 끝판왕 김육.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담하게, 때로는 기지와 처세술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자세는 그 어떤 멘토의 말보다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나간 옛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 상사, 선·후배, 또는 동료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옛사람들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수록 현재를 살아가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이 없으면 쉽게 지치게 되는 세상이다. 나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나보다 먼저 살다 간 선조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구해보고자 했다. 조선왕조실록은 500년의 역사서이다. 역사 속에 기록된 사건들과 선조들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교훈과 지혜를 안겨준다. 과거는 현재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 선조들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는 우리의 인생을 바른길로 이끌어 준다. 역사서에 있는 그 시대의 사람과 가슴으로 대화를 해보자. 시대는 달라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삶의 자세를 제시해 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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